건설·보험·금융·유통 '상승'
전기·전자·철강·금속 '하락'
환경 영역 탁월 2년간 '0곳'
#국내 1093개 상장기업들의 '2023년 ESG 경영평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에 상장된 건설, 보험, 금융, 유통 기업들이 전년 대비 등급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전기·전자, 철강·금속, 화학과 코스닥의 제조 기업 중 상당 수는 등급이 하락했다.
빅데이터 기반 ESG 전문기업 두이에스지는 ESG 평가기업 이에스지모네타가 최근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올해 ESG 경영평가 결과를 지난해와 비교 분석했다.
ESG 경영 평가등급은 탁월(A+), 우수(A), 양호(B+), 보통(B), 미흡(B-), 부족(C), 심각(D) 7단계로 구분했다. 한국거래소(KRX) 산업분류와 이에스지모네타 산업분류(MICS) 두 가지 분류방식을 도입했으며, 산업별 결과는 대동소이했다.
KRX 기준 올해 ESG 평가 등급은 전체적으로 보통(B)은 늘어난 반면, 양호(B+) 이상과 미흡(B-) 이하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별로 보면 올해 ESG 등급이 전년보다 향상된 업종은 코스피 건설·보험·금융·유통 순으로 나타났다. 코스피 건설은 19개사 중 보통(B)이 2개사에서 7개사로 급증했고, 미흡(B-) 이하가 14개사에서 9개사로 줄었다. 코스피 보험은 12개사 중 부족(C) 등급을 받았던 6개사가 모두 보통(B) 이상으로 상향했다.
민기영 두이에스지 대표는 “GS건설은 중소 협력사와 '양극화 해소 자율협약'을 맺고 협력기업 상생협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면서 “국내외 기술기업, 지자체 등과 협업해 수소, 탄소포집,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화재는 2030년까지 ESG 누적 투자 약정 규모를 10조5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2021년까지 투자액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라면서 “ESG 관련 상품을 개발을 넘어 석탄 채굴·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나 보험인수를 중단해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ESG 등급이 하락한 분야는 코스피 전기·전자, 철강·금속, 화학, 코스닥 제조 분야다. 코스피 전기·전자는 42개사 중 탁월(A+) 등급에 지난해(1개사)와 달리 올해 한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양호(B+)도 15개사에서 9개사로 급감했고, 부족(C) 이하 기업이 전년에는 없었지만 올해는 한곳이 이름을 올렸다. 코스피 철강·금속도 지난해 탁월(A+)을 받았던 기업 1곳이 올해는 낮은 등급을 받았다. 양호(B+)도 11개사에서 7개사로 줄었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는 “온실가스 배출 1위 업종으로 알려진 철강 업종은 온실가스, 화학물질,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등 기후변화 부문에서 순위가 하락한 기업이 많았다”면서 “철강 업계는 올해 10월부터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에 적용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의무보고해야 하는 만큼 ESG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전기전자 업종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과 여성등기임원 선임률이 낮고 총 외부 탄소 배출량 '스코프3'를 산출해 공시한 곳도 적다”면서 “상당수 코스닥 상장사들은 ESG 경영 전환 과정에서 내부 전문인력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역별 ESG 등급 보면, 환경(E) 영역에서는 탁월(A+)한 기업이 2년 동안 1개사도 없었다. 그러나 올해 전체적으로 양호(B+) 이상은 약간 늘고 미흡(B-) 이하도 줄어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S) 영역은 심각(D)한 기업은 2년 동안 1개사도 없었다. 올해 보통(B)은 줄고 양호(B+)는 약간 늘어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미흡(B-)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G) 영역은 지난해와 올해 전체적으로 크게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ESG 평가점수는 올해 전년 대비 0.64점 상승했으나 최저점과 최고점은 소폭 하락했다. 환경(E) 영역은 올해 평균점수는 전년 대비 4.58점 상승했지만, 최고점은 소폭 하락했다. 사회(S) 영역은 평균점수, 최저점수, 최고점수 모두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G) 영역은 평균점수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최고점수는 소폭 상승했다.
산업별 ESG 평균점수를 분석한 결과 코스피 통신업이 2년 연속 제일 높았고 전체 업종 평균점수 또한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다. 통신 분야 4개사는 지난해(65.33점)에 이어 올해도 64.74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코스피 보험, 은행, 증권, 건설업, 의료정밀 분야는 향상됐지만, 코스피 전기가스업, 철강·금속, 운송, 운수장비, 화학 분야는 하락했다. 보험분야 12개사는 지난해보다 12.19점 상승한 반면에 전기가스 분야 7개사는 1.16점 하락했다.
영역별 ESG 평균점수를 보면, 환경(E) 영역은 전년대비 2.6점 상승했다. 코스피 증권, 보험, 은행, 건설, 금융 분야에서 크게 향상된 방면 코스피 운수장비, 음식료품, 전기가스업, 화학 분야는 하락했다. 사회(S) 영역 평균점수는 전년 대비 변화가 없었지만 코스피 증권, 은행, 통신방송서비스, 의약품 분야에서 소폭 개선됐고, 코스피 통신업, 종이·목재, 제조, 기계 분야는 소폭 하락했다. 지배구조(G) 영역 평균점수도 전년 대비 변화가 없었지만 코스피 은행, 보험, 통신 분야에서 소폭 개선됐고, 코스피 건설업, 철강·금속, 종이·목재, 운수장비 분야는 소폭 하락했다.
ESG 전문가들은 환경(E)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환경규제에 선제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ESG 평균점수를 높이기 위해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을 전략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숙진 두이에스지 대표는 “ESG 지표 가운데 기업의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을 평가하는 핵심적 요소들이 있다”면서 “기업이 젠더 감수성을 가지고 성별에 따른 편견과 차별 없이 채용, 승진, 임금, 복지정책 등을 실행한다면 ESG 평가 등급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유정 법무법인 원 ESG센터 변호사는 “ESG 경영은 재무적 가치뿐만 아니라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하는 경영을 말하는데, 비재무적 가치에서 '평판'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면서 “이미 한 번 이슈가 돼 훼손된 평판은 회복이 어려운 만큼 기업 내부 구성원 간, 소비자나 대중 간 의사소통 시스템을 개선하고, 리스크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점검하는 등 ESG 경영 차원에서 평판 위기를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