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즈리그가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운영하는 배달전문매장 '미트봇'. 외관은 여느 매장과 다를 게 없지만, 로봇을 활용해 외식업 혁신을 모색하는 공간이다.
매장 안에 들어서자 카운터 너머 조리 공간이 보이지 않아 음식점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정체 모를 스테인리스 물체가 자리 잡고 있었다. 바로 피플즈리그가 개발한 미트봇 모듈이다. 매장에는 모듈 4개가 설치됐는데, 시간당 삼겹살 100인분을 구울 수 있다.
류건희 피플즈리그 대표는 “향후 프랜차이즈나 개인 매장을 겨냥해 모듈을 추가하거나 빼는 등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면서 “미트봇이 감당하는 수요를 인력으로 대체하려면 3~4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봉천동 일대는 서울에서 배달 주문이 가장 많은 곳으로, 냉정한 평가를 받기 위해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 판매 중인 삼겹살은 생물이라 지방 비율이 제각각이다. 인공지능(AI) 센서를 통해 지방과 단백질 비율을 수치화하고 조리법을 결정한다.
류 대표는 “지방이 많은 삼겹살은 높은 온도에서 녹여내고 반대의 경우 연도를 보존하는 식의 조리법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삼겹살을 세 단계로 나눠 지방 비율에 따라 맞춤 조리한다”고 말했다.
맞춤 조리는 미트봇이 있기에 가능하다. 삼겹살을 사각통 모양으로 보기 좋게 썰어 일자형 톱니바퀴 모양 판 위에 놓으면 다음은 미트봇이 활약할 차례다. 레일을 따라 판이 이동하고 4개 모듈 가운데 비어있는 모듈에 고기를 밀어 올려놓는다. 모듈에 설치된 불판도 일자형 톱니바퀴 모양인데, 위에서 같은 모양 불판이 내려와 삼겹살 네면을 동시에 굽는 게 핵심이다.
류 대표는 “네면을 동시에 구우면 삼겹살 중심부터 표면까지 동일한 온도로 익힐 수 있다”면서 “이후엔 불판 온도만 정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제어하면 원하는 맛을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덤으로 조리 시간이 기존 절반가량인 4분30초로 줄어든다”고 덧붙였다.
매장에서 사람이 하는 일은 무엇일까. 미트봇은 직원 1명이 상주한다. 직원은 배달주문을 받고 손질된 삼겹살을 모듈 옆 판에 올려놓고, 조리를 마치면 포장하는 일을 한다. 인건비를 줄인 만큼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류 대표는 “인근 업체보다 3000원가량 가격이 저렴하다”면서 “오픈 3개월 만에 평균 매출액이 3배 이상 증가했고, 주요 배달앱 평점도 4.9점 이상일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미트봇 매장 자동화율은 40% 정도다. 향후 주문 접수 시 준비된 재료를 레일을 따라 자동으로 모듈로 이동하는 방식 등을 도입해 자동화율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류 대표는 “사람이 하는 일을 미트봇이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6개월 내 자동화율 80%가 목표”라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