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탄핵' 두고 공방… 대통령실 “의회주의 포기” 野 “열린 입으로 아무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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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국회에서 열린 제403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을 두고 대통령실과 여당이 거세게 반발했다. 반면에 야당은 정치적 정당성에 의미를 부여하며 정부·여당의 반발을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8일 국회 본청에서 이 장관 탄핵안 가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의회주의 포기”라며 “의정사에 부끄러운 역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국회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 주도로 이 장관 탄핵안을 가결했다. 찬성은 179명이었고 반대는 109명이었다. 야권 성향의 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지고 여당 측 의원들은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

야3당은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 예방과 대응, 수습 과정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이 장관을 엄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모든 국정은 대통령, 의회, 사법기구, 모두 헌법과 법률에 의해. 국무위원 탄핵은 중대하게 위반했을 경우”라며 “이 장관이 어떤 위반을 했는지 드러난 게 없다. 삼권분립 체계로 운영되는데 한 축에서 국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한 축에서 잘 잡아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입장문을 냈다. 한 총리는 이날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진행한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대내외적으로 여러 어려운 여건 속에서, 의정사에 유례없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점에 대해 국무총리로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표명했다. 또 “국민 여러분께서 우려하시는 일이 없도록, 국무총리로서 내각 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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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8일 오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후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이상민 탄핵안 가결 규탄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측은 더욱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탄핵소추안 강행처리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당은 야당의 탄핵안 처리가 '대선 불복'이라고 쏘아붙였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규탄대회에서 “이태원 참사는 있어서는 안 될 처참한 일”이라면서도 “일이 생기면 주로 이것을 확대 재생산하고 정쟁에 이용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더 깊게 들어가면 대선불복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 같다. 윤 정부에 타격을 주고 해코지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 장관 탄핵안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위한 방탄이라고 규정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어떤 수를 쓰더라도 국민은 이 모든 것이 이재명 방탄을 위한 민주당의 꼼수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국 안철수 캠프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렇게 무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또 '이재명 방탄'을 위한 것”이라며 “의회 민주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민주당의 폭거는 크나큰 민심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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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민주당은 정치적 정당성 부여에 힘을 쏟았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의 입장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탄핵안 통과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유족과 국민들 탓을 하더니 이제는 국회 탓을 하고 있다. 자기들이 저지른 일을 국민과 국회가 수습하고 있다. 열린 입이라고 아무 말이나 지껄이지 말라”고 경고했다.

또 “윤 정권이야말로 헌정사에 가장 부끄러운 정권이 될 것”이라며 “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부상을 입혀놓고 대통령이 국민에게 공식 사과를 하거나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주무부처 장관은 책임회피로 일관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이태원 참사를 두고 이 장관이 이미 물러났으면 될 일”이라고 “그럼에도 윤 정권은 책임회피로 일관했고 끝내 모르쇠로 답을 내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인 유불리를 따지지 않았다는 입장도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탄핵안 통과 직후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난 자리에서 “유족과 국민들을 위해 국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를 한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이나 이유가 아닌 오로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야3당이 함께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독립적 재난 조사기구 설치를 약속했다.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를 만나 감사 인사를 전한 뒤 해당 기구 설치에 힘써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다. 이것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유족들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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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56차 중앙통합방위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한편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탄핵소추안은 이제 헌법재판소에서 최종 심판을 다투게 된다. 탄핵 대상자인 이 장관은 헌법재판소 심판이 내려질 때까지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사직하거나 해임할 수도 없다.

이 장관은 불편함을 내비치면서도 탄핵심판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장관은 탄핵안 가결 이후 입장문을 통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리게 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민이 국회에 위임한 권한은 그 취지에 맞게 행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초유의 사태가 가져올 국민 안전 공백 상태가 최소화되기를 기대한다. 행안부는 국민이 맡긴 업무를 흔들림 없이 수행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 성실히 임해 빠른 시일 내에 행정안전부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