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명문대 계약학과 집중분석 '2023 반도체학과 최고 경쟁률 12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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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화된 '취업 한파' 속에 계약학과가 주목을 받는다. 계약학과는 대학이 기업 등과 계약해 설치·운영되는 학과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대기업 취업에 한 발 다가설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에듀플러스는 국내 명문대학에 설치된 계약학과 특성과 지원시 주의사항을 분석했다.

2023학년도 6개 대학(고려대·연세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KAIST) 반도체 계약학과 정시 경쟁률은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경쟁률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KAIST를 제외한 5개 대학 최종 평균 경쟁률은 7.12대1로, 78명 정원에 555명이 지원했다. 올해 처음 신설된 한양대 반도체공학과는 16명 정원에 190명이 지원해 11.88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10명 정원에 112명이 몰려 11.2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계약학과 정시 경쟁률은 일반학과 경쟁률과 비교했을 때 높은 수치를 보였다. 수험생들의 취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윤석열 정부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방침 또한 수험생의 계약학과 쏠림현상 원인으로 꼽힌다. 2023년 대입 수시전형 모집 기간 이전에 발표한 정부의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계획이 계약학과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 정부 임기 초기에 발표된 정책이기 때문에 향후 정부 지원에 대한 기대 심리도 반영됐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대학 졸업 후 취업이 어렵다 보니 계약학과 채용조건 등에 학생 관심이 높다”면서 “계약학과 지원을 염두에 둔 학생은 근무 공간, 근무지 위치 등 세세한 것까지 확인하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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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반도체공학과 학생들이 SK하이닉스 미주법인을 방문한 모습. 사진제공=고려대

고대 스마트모빌리티·성대 지능형소프트웨어 신설

최근 계약학과가 다양하게 신설되는 것도 경쟁률 증가 원인 중 하나다. 고려대는 현대자동차와 수소, 로보틱스 등 모빌리티 산업 핵심 인재 양성을 위해 스마트모빌리티학부를 설립했다. 채용조건형 학사·석사 통합 과정으로, 입학생은 학사(3.5년)와 석사과정(1.5년)을 각 한 학기씩 단축해 5년 만에 석사학위까지 마칠 수 있다. 빠른 기간 내 인재 채용을 원하는 기업 입장과 학생들의 기본 학제를 고려한 통합 과정이다. 올해 첫 신입생을 뽑은 스마트모빌리티학부 정시 모집은 22명 정원에 109명이 지원해 4.95대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스마트모빌리티학부는 입학생이 최소 기준 충족시 5년 전액 장학금, 연구지원비, 해외 연수비를 지원한다. 학과에서 정한 최소 기준을 충족한 졸업생은 졸업과 동시에 현대자동차에 입사할 수 있다. 대학원에 진학할 경우 학생은 현업연구원의 일대일 멘토링을 지원 받는다.

올해 정시 경쟁률이 말해주듯 SK하이닉스와 연계한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도 수험생 관심을 모았다. 입학 후 1~2학년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며, 채용 전형을 통과한 학생에게 나머지 학년의 장학금을 지원하고 채용한다. 학과 관계자는 “시스템 반도체 분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되도록 많은 학생을 선발하려는 추세”라며 “기업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시험을 통과하면 졸업 후 SK하이닉스에 입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성균관대는 2024년부터 인공지능(AI) 특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인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를 신설한다. 지능형소프트웨어학과는 성균관대 소프트웨어융합대학 내 학사·석사 5년제 통합 과정으로 운영하며 매년 50명 신입생을 선발한다. 졸업생은 삼성전자에 입사하고 재학 기간 등록금 전액을 산학장학금으로 지원받는다. 한 대기업 인사과장은 “최근 기업 신입사원 채용이 공채보다 계약학과 재학생과 졸업생 대상으로 인턴과 신입사원을 뽑는 경향이 뚜렷하다”면서 “취업을 원하는 기업이 계약학과를 운영할 경우, 계약학과 진학을 우선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새로 생긴 계약학과 외 10여년 넘게 산업 인재를 양성하는 곳도 있다.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는 채용조건형 대표 계약학과다. 2006년 성균관대와 삼성전자가 반도체 고급인력 양성을 위해 설립했다. 입학생 전원에게 2년간 입학금과 등록금을 지원한다. 미국 실리콘밸리 연수 지원, 삼성전자 사업장 견학, 삼성전자 인턴십 참여 등 다양한 학생 지원 프로그램 등이 운영된다. 입학생은 삼성전자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채용절차를 통과하면 졸업 후 삼성전자에 입사한다. 학교 측 자료에 따르면 졸업생 86%가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2011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한 경북대 전자공학부 모바일공학전공도 삼성전자 채용조건형 계약학과다. 최소 채용절차에 통과한 졸업생에 한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채용이 보장된다. 현재까지 삼성전자와 모바일공학전공 3기까지 채용 협약이 이뤄진 상태다. 입학생은 SW역량강화캠프, 모바일글로벌챌린지 등 해외탐방 기회를 지원받는다.

◇신입공채 대신 계약학과 채용…반도체 상황·합격점 변수

계약학과 지원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확인해 봐야 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까. 기본적으로 학과별 교육 유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채용조건형은 채용과 연계되는 교육 과정이다. 반면에 재교육형은 산업체가 소속 직원 재교육, 직무능력 향상, 전직 교육을 위해 경비의 전부 혹은 일부를 부담하면서 교육을 준비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과 관련한 계약학과가 신설되는 추세지만, 학과 이름만 보고 섣불리 계약학과로 생각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학과 이름에 첨단기술이 들어가 있다고 모두 계약학과는 아니다. 지원하고자 하는 대학의 학과 소개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계약학과 대부분이 설립된 지 얼마 안 돼 입학점수, 취업 결과 등 안정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아직 졸업생이 나오지 않은 곳도 있을 뿐 아니라, 학과 신설 등 이유로 해마다 지원자 규모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최근 생긴 계약학과일수록 합격점수 데이터가 축적돼 있지 않아 합격선 점수를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반도체 계약학과는 정부 지원 정책에 따른 학생들 기대 심리로 인한 거품이 합격점수에 반영됐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반도체 산업 동향 등 세계 경제 상황도 계약학과 지원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꼽혔다.


마송은 에듀플러스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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