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新 미디어 풍속도, 'OTT 확장 속 TV는 실버를 싣고'

급격한 미디어 환경 변화 속 세대 간 미디어 시청분포가 명확하게 나뉘고 있다.

내 손안의 TV에 집중하는 MZ·기성세대와 전통적인 TV 미디어에 집중하는 실버세대 등 시청분포 구분은 최근 플랫폼 편성 지형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올해 첫 명절인 설은 이러한 분포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이번 엔터테인&에서는 지난 설 연휴를 기준으로 예년과 달라진 콘텐츠 편성과 함께 그에 따른 미디어 세대분포 가속화 분위기를 살펴본다.

전통적으로 명절 TV 편성은 일부 대형기획을 필두로 기존 시청자의 정주행·스페셜 돋보기와 함께 파일럿 예능 등 콘텐츠 테스트베드 성격으로 다양성을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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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 때리는 그녀들-골림픽 한 장면. (사진=SBS 제공)

하지만 올해 설 TV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연령대가 높아진 듯한 모습이 돋보였다. 2010년 파일럿으로 시작된 '아이돌 스타 육상선수권 대회'(아육대)가 지난해 이어 다시 한번 모습을 감췄다. 물론 '골 때리는 그녀들-골림픽'이 편성돼 6%의 시청률을 기록했지만 아이돌 스타들의 활약상을 조명하는 방송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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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부터) MBC 미쓰와이프, KBS 걸어서 환장속으로 관련 컷. (사진=MBC, KBS 제공)

파일럿 또는 신규 프로그램은 훨씬 줄었다. 지난해 설에는 '컬링퀸즈' '써클하우스' '자본주의학교' 등 지상파는 물론 '외나무식탁' '톡파원25시' 등 종편·케이블까지 상당수 존재했다. 올해는 12명의 엔터테이너 아내들의 토크쇼 '미쓰와이프'(시청률 3.3%), 스타 가족들의 좌충우돌 해외여행 '걸어서 환장 속으로'(6%) 등 파일럿과 함께 '하이퍼 리얼리즘 동거관찰' 채널A 예능 '결혼 말고 동거'가 닻을 올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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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트롯맨 포스터. (사진=MBN 제공)

반면 실버세대를 향한 편성은 대폭 늘었다. 대표적으로 최근 양측 방송사에서 킬러콘텐츠로 삼는 MBN '불타는 트롯맨', TV조선 '미스터트롯2'는 해당 채널에서의 수시편성은 물론 타 채널을 통한 릴레이 정주행 편성으로 안방 흥을 달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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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40년만의 비행 한 장면. (사진=KBS 제공)

또 1950년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한국사를 표현한 생각엔터 합동 콘서트 '생SHOW'(TV조선), 7080세대 대표 밴드 송골매를 앞세운 KBS 설 대기획 '송골매 콘서트-40년 만의 비행'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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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범죄도시2, 육사오 포스터.(사진=에이비오, 플러스엠, 싸이더스 제공)

여기에 팬데믹 간 흥행도가 부족했던 최근 한국영화들이 'TV 영화제' 격으로 쏟아졌다. 설 시청률 최고인 12.6%를 기록한 '범죄도시2'와 고경표·이이경 주연 코믹물 '육사오' 등을 필두로 '뜨거운 피' '마녀2' '발신제한' '백두산' '앵커' '인생은 아름다워' '장르만 로맨스' '킹메이커' '특송' 등 최신작들이 설 특선으로 대거 방영됐다.

반면 OTT는 이용자가 직접 골라볼 수 있는 플랫폼 특성상 '재벌집 막내아들' '술꾼도시여자2' 등 최근 흥행작을 대상으로 한 정주행 이벤트와 명절 대비 큐레이션을 내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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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물론 설 연휴에 인접한 콘텐츠들도 만만치 않았다. 넷플릭스가 국적·연령·성별·체급을 불문한 강력한 신체 능력 주인공을 찾는 '피지컬100'과 연상호 신작 '정이'를, 티빙이 하정우·주지훈·최민호·여진구 4인의 뉴질랜드 청춘 여행기 '두발로 티켓팅'과 임영웅 '아임 히어로(IM HERO)앵콜' 서울을 내세워 흥행 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웨이브는 '두뇌공조' '법쩐' 등 안방극장 정주행을, 왓챠는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 K팝 아티스트 다큐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최종화 등으로 팬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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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오리지널 두발로 티켓팅 포스터. (사진=티빙 제공)

이러한 편성 및 마케팅 전략은 기존 인기 예능이 편성된 주말과 맞물린 명절이자 엔데믹 이후 첫 설 연휴로서 이동수요라는 일시적 요인과 함께 실질적인 세대별 미디어 시청형태를 명확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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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TV특집 방영된 생SHOW 포스터.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먼저 TV에서는 실버세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다수를 차지했다. 많은 채널과 플랫폼 경쟁으로 두 자릿수 기록을 내기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트로트 방송은 물론 기존 인기작과 함께 실버세대들이 그나마도 알고 있는 스타들이 출연한 토크 포맷이 나름 괜찮은 성적표를 얻었다. 또 특선영화들의 면면은 판권확보를 통한 재유통의 성격과 함께 흥행 대작이거나 연령대 제한 또는 난이도 있는 작품들이 상당수 배치됐다. 극장이나 OTT 접근이 쉽지 않은 실버세대들이 선택할 법한 편성이 주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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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빙 술꾼도시여자들2 포스터. (사진=티빙 제공)

OTT는 TV보다 더 화끈한 OTT만의 문법을 토대로 세대 폭을 넓혀가는 모습이다. 별도 이벤트 추천을 추가해 내부 알고리즘에 의한 데이터 폭을 넓히면서 자생적인 수요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태어나면서부터 유튜브를 접한 MZ세대들은 물론 스마트폰 활용도가 높은 중장년층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콘텐츠를 편성하면서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설 편성을 통해 본 OTT 환경은 세대별 향유방식 세분화와 함께 실버세대 타깃 기존 지상파 시청률 중심 셈법과 다른 화제성 조명, 유튜브·인스타그램·틱톡 등 소셜 채널 숏폼을 중간 고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 등을 편성해 시청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박동선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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