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해킹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정부의 위약금 면제 권고를 수용했다. 4500억원 규모 고객 보상안을 마련하고 최고경영자(CEO) 직속 정보보안 혁신 전담 조직도 꾸린다. 해킹 사태로 무너진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한 고강도 쇄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앞서 SK텔레콤이 통신비 50% 감면을 보상안으로 내놓은 것과 달리 직접적 요금 혜택이 빠졌다는 점에서 가입자 반발이 예상된다.
KT는 30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고객신뢰 회복 및 정보보안 혁신 방안을 의결했다. 전날 민관합동조사단의 KT 해킹 사태 최종 조사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다.
먼저 무선 가입자 전원에 대한 위약금 면제에 나선다. 위면해지 기간은 내달 13일까지 2주간이다. 9월 1일 이후에 해지한 고객에도 소급 적용된다. 다만 9월 이후 신규·기기변경 고객이나 알뜰폰·IoT 회선은 면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환급은 기납부 위약금에 대해 고객이 신청하면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환급 신청기간은 내달 14일부터 31일까지다. KT는 이날 대상여부 및 예상 위약금 조회 페이지를 개설하고 문자 안내할 예정이다.
KT는 남아 있는 고객 대상을 위한 보상 프로그램도 내놨다. 내년 2월부터 6개월간 매달 데이터 100GB, 로밍 50% 할인, OTT 이용권, 제휴 멤버십 할인 등을 제공한다. 고객 불안 해소를 위해 2년간 안전·안심 보험도 제공한다.
대표 직속 정보보안 혁신 태스크포스(TF)도 출범했다. 기존 정보기술(IT) 보안 중심의 CISO 조직과 달리 전사 차원의 보안 거버넌스 조직이다. 지속 가능한 보안체계 확립을 위한 기존 5년간 1조원 투자에 더해 추가적 마스터플랜을 구축하고 제로트러스트 보안 체계를 강화할 방침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이날 브리핑에서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사죄와 반성의 의미를 담아 보상하고 채워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무적 타격은 불가피하다. 당장 위약금 면제에 따른 고객 이탈과 고객보상 비용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한 데이터 지급에 따라 기존 요금제의 요금하향 수요가 이어질 경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감소할 여지가 높다.
이에 따라 KT는 보상안에서 요금 감면 혜택은 제외했다. 권희근 KT 마케팅혁신본부장은 “일회성 할인보다는 장기적이고 실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SK텔레콤의 경우 지난 3분기 고객 보상안 여파로 영업이익이 90% 급감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 요금 감면이다. KT의 ARPU가 3만5295원인 것을 감안할 때 전체 고객에 50% 감면시 약 2400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이같은 재무적 영향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위약금 면제에 따른 고객 이탈도 변수다. 앞서 SK텔레콤은 면제 기간 약 8만명의 가입자가 감소했다. KT는 이탈폭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통법 폐지 전이던 당시와 달리 현재는 보조금 제한이 없는 상태다. SK텔레콤이 가입자 수복을 위한 마케팅 공세에 나설 경우 이탈이 가속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조치로 해킹 리스크로 인한 경영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에서는 새 경영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 다만 오너십 변경에 따른 '빅배스(잠재 부실을 한번에 털어내는 회계기법)'를 단행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장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회계 기준에 맞춰 확정된 비용을 올해 결산 및 내년 실적에 적절히 반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