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칼럼]한국형 레몬법의 고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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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용 중부대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자동차 산업이 기술의 혁신적 발전을 기반으로 해서 편리한 교통수단을 넘어 모빌리티라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연결성과 자율주행, 차량공유, 전동화를 바탕으로 자동차 기술은 안전을 위해 진화하고 있다. 운행 중인 차량 2500만대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키워드 역시 공간과 이동의 혁신으로 바뀌었다.

국내에도 자동차 산업 변화의 바람을 타고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한국형 레몬법이 도입됐다. 2019년에 시행된 자동차 교환 및 환불 중재제도다. 한국형 레몬법은 신차 구매 이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내)에 동일한 중대 하자가 2회 이상, 일반 하자가 3회 이상 재발할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제작사와 소비자 간 분쟁 발생 시 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소하도록 하는 취지다. 시행 5년 차를 맞은 지금 제도가 얼마나 잘 정착됐는지,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기반으로 5년 동안의 접수 현황을 보면 2019년 79건에서 2020년 668건, 2021년 707건, 2022년(11월 기준) 417건으로 제도 도입 이후 중재 신청은 계속 증가했다. 중재제도를 통해 교환은 113건, 환불은 125건, 보상 수리는 352건 이뤄졌다. 총 590건이 제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확히 자동차 관리법상 교환 및 환불 요건에 부합하는 경우만 해당한다.

전체 중재 신청 가운데 요건 미충족 224건, 보정 명령 미이행 415건 등으로 소비자가 직접 중재 요건 부합 여부를 확인하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자료로 알 수 있다.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는 의미다.

최근 정부가 3년간 중재제도의 성과 분석 결과를 토대로 조정 제도 도입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현재 중재제도는 제도의 성격상 교환과 환불만 가능하고 최종 판정까지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더 적극적인 합의안 제시가 불가능해서 중재 이전에 조정 절차를 밟아 가며 분쟁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이를 위해 교환이나 환불 이외에 보상 수리 결정이 가능하도록 올해 상반기 중 새로운 조정 제도 도입을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국토부는 소비자가 중재 신청 이전 교환 및 환불 요건 부합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신차 교환·환불 e만족시스템)에 자가진단시스템도 구축한다. 중재 신청을 자동차 소유자 외 대리인도 할 수 있도록 하고, 비수도권 중재 신청자의 접근성 제고를 위해 지역 순회 중재부를 경북 김천의 한국교통안전공단 본사에 시범 운영한다.

지금까지 소비자가 자동차 매매계약 체결 시 교환 및 환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확인 없이 중재 규정을 수락하도록 한 것은 법원을 통한 권익 보호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우려가 있었다. 중재 규정 수락 시기를 중재로 신청할 때도 일원화해서 소비자 선택권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 알권리 보장을 위해 중재 판정 사례를 공개하고 중재 해설서 제작 및 배포 등 제도 개선을 통해 실효성을 제고해야 한다. 이는 그동안 소비자단체나 학계가 일관되게 요청한 내용이다.

자동차 교환 및 환불 중재제도가 2019년에 도입된 이후 자동차 제작사 앞에서 소비자의 1인 시위가 사라졌다.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소비자의 이해와 접근성이 향상돼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권익을 보호하는 정책 고도화를 기대한다.

하성용 중부대 교수·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 hsy139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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