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변호사의 금융IT 속 법률] 금융과 IT의 결합 그리고 핀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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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과 IT는 사실 지속적으로 결합되고 진화되어 왔다. 금융회사의 사무전산화가 본격화된 1980년대와 1990년대, 인터넷뱅킹 등 대고객 서비스의 온라인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1990년대 후반을 거쳐, 현재에는 실제 금융회사의 업무의 90% 이상이 정보시스템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대고객 서비스가 비대면채널으로 빠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정보기술의 발전 및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앞으로도 그러한 경향은 가속화될 것이다.

핀테크는 어떨까? 사실 우리나라의 핀테크는 시장에서의 자생적인 변화라기 보다는 산업진흥을 위한 정부 주도적 아젠다로 태동하였다. 따라서 핀테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2015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핀테크가 향후 엄청한 사회적, 경제적 혁신과 발전을 가져올 가능성에 대하여는 긍정적인 시각과 함께 극히 회의적인 시각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핀테크는 단순히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의 IT기술 기반 발전에 국한되지 않고, 그러한 IT기술과의 융합에 기초하여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혁신적인 서비스와 산업을 포괄하는 것이며, 금융의 가치사슬(value chain)의 파괴, 현금없는 사회, 플랫폼주도적 서비스, 기존의 금융의 고유영역의 해체 등 다양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금융규제, 어떻게 볼 것인가
금융산업은 인허가 산업이며 규제산업이다. 금융은 국가경제의 동맥으로서, 아주 작은 문제가 생기더라도 엄청난 부작용과 피해를 초래할 수 있으며, 이는 실물경제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은 각종 경제위기와 서브프라임사태 등을 통하여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왔다.

아무리 IT와 금융이 융합되더라도, 이러한 금융의 본질이 바뀔 것은 아니다. 최근 여러 시장 참여자들이 목놓아 부르짖고 있는 규제의 공격적 철폐도 반드시 맞는 답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 정말 ‘숨막힌다’라고 표현되기도 하는 촘촘하고 중복적인 예방적 금융규제를 그대로 고수하는 것도 정답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어떠한 관점에서 규제의 혁신을 바라보아야 할 것인가?

최근 필자가 재미있게 읽은 최낙언씨의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예문당, 2016)’에서 저자는 식품소비자의 위험정보 독해력(Risk Literacy)에 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즉, 본질적으로 존재할 수 밖에 없는 여러 식품 관련 리스크와 문제에 대하여 단순히 건강에 대한 공포와 괴담에 휩쓸려 다닐 것이 아니라, 보다 정확한 이해에 기반하여 리스크를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자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식품 관련 규제가 그 어느 선진국의 규제보다도 복잡하고 중복적이며, 이는 역시 규제의 측면에서도 위험정보 독해력의 부족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규제의 설계에 있어서 리스크의 정확한 평가, 이에 따른 합리적인 규제 수준의 설정, 그리고 일정한 리스크의 감수라고 하는 프로세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규제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분야는 다르지만, 금융규제의 모습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서 선진국의 규제를 수입하면서도, 규제의 헛점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이 두려워서 불필요하고 중복적인 규제를 나열하여 온 것은 아닐까?

이러한 규제의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IT기술의 발전의 가속화에 따라, 가뜩이나 시장의 서비스의 발전을 규제가 따라가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이를 손대지 않으면 안되는 임계점(tipping point)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금융과 IT의 융합과 발전을 위하여는 이제 금융규제의 설계와 적용, 개선에 대한 관점을 본격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이다. 다행히, 최근 금융위원회 등 당국에서는 일찍이 볼 수 없었던 전향적인 태도와 속도로 핀테크 분야를 지원하여 왔고, 이에 따라 다행히도 다양한 분야에서 눈에 뜨이는 발전이 이루어졌다. 이에 더하여, 포지티브 규제체계로의 변화, 금융규제의 일몰규정의 적극적 도입 등의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으며, 이를 위하여는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의 적극적인 논의와 협력도 필요하다.

핀테크의 미래, 우리는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지금이 골든타임인가? 최근 정치적인 의미를 담아 사용되고 있는 이 용어에 필자는 개인적으로 별로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핀테크, 아니 금융과 IT의 결합은 어떠한 형태로든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결합과 발전이 단순히 금융서비스의 온라인화/비대면채널의 강화에 그치게 될지, 아니면 진정한 산업의 파괴적 혁신과 진보를 가져오게 될지는 전적으로 우리 모두에게 맡겨져 있다.

그리고 이는 정부가 단독으로 드라이브를 건다고 하여, 아니면 전문가들이 열심히 연구를 한다고 하여 가능한 것이 아니다. 금융소비자를 포함한 모든 시장참여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이해, 성숙하고 균형잡힌 태도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금융과 IT는 융합하고, 진보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필자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컬럼을 마치게 되었다. 여기서 필자는 클라우드컴퓨팅, 블록체인기술, 지급결제의 혁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융합, P2P대출과 로보어드바이저 등 세세한 핀테크 트렌드와 유의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그리고 큰 그림에서 살펴보면 이러한 개개의 변화의 바람은 어떠한 형태로든 미래의 금융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그러한 바람이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정말 새로운 시대의 패러다임에 맞는 금융의 인프라의 구축으로 이어질지는 사실 누구도 정답을 갖고 있지는 않다. 이는 오히려 필자를 포함한 다양한 시장참여자와 전문가들, 그리고 소비자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몫이다. 그러한 발전의 과정에서 필자의 부끄러운 글이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그 동안 글을 읽어주신 여러 독자분들께 감사드린다.

이준희 financeitlaw@gmail.com MSX컴퓨터로 BASIC을 배우고 PC를 조립해보던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10년 가까이 금융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김앤장법률사무소에서 전자금융과 금융정보보호, 핀테크 업무를 총괄하는 금융IT팀의 책임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국내외 유수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다수의 IT/온라인서비스 회사와 혁신적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군에 대하여 법률자문과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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