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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지난 9일 우리나라에 갑작스러운 경계경보가 발령됐다. 미국 지구관측위성 'ERBS(Earth Radiation Budget Satellite)' 잔해물이 한반도 인근에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추락하는 인공위성은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마찰열로 대부분 소실된다. 다만 일부 잔해물이 대기권 통과 후에도 남아 지구상에 떨어질 수도 있다. ERBS는 무게가 2450㎏인 대형위성으로, 잔해물 피해 우려를 배제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국내 전 공항에서 항공기 이륙이 일시 중단되고, 정부 대책회의도 열렸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다. ERBS는 알래스카 인근 해상에 떨어졌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언젠가 위협이 돼 지구에 돌아올 수 있음을 다시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사실 이런 소동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중국 위성 '톈궁 1호' 추락 당시에도 많은 우려가 있었다. 다행히 남태평양에 추락했지만, 추락 예상지점에 한반도가 포함돼 있었다.

위성은 다양한 지구 궤도를 돌고 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낮은 저궤도 위성은 마찰과 중력 등 영향을 받아 조금씩 그 궤도를 벗어나게 된다. 연료가 남아있을 때는 조정이 가능하지만, 발사 후 오래돼 제어가 불가능한 경우 추락을 막을 길이 없다.

조금씩 지구에 가까워지다 중력에 이끌려 추락하는 '우주 쓰레기'가 되는 것이다. 궤도가 낮을수록 지구에 떨어지게 되기까지의 기간은 더욱 짧아진다.

우리나라 우주위험 대응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에 따르면 이달 중순 기준 집계된 지구발 우주물체는 5만5000여개에 달한다. 궤도에 있는 것이 2만6600여개나 된다. 이 중 적지 않은 수가 언젠가 위협적인 모습으로 지구에 되돌아올 수 있다.

인공위성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로켓 잔해도 지구에 떨어져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2020년 3월 중국이 '창정 3B호'를 발사했을 때, 그 잔해가 중국 내에 떨어졌다. 2개월 뒤에는 '창정 5B호' 잔해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떨어져 실제 건물 피해를 야기하기도 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주 쓰레기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나라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여러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에 뛰어드는 '뉴스페이스' 시대 도래가 이를 부채질 한다.

군집위성으로 통신망을 이루는 '스타링크'처럼 여러 대 위성을 활용하는 서비스 개발이 이어지고 있다. 그만큼 많은 로켓, 위성이 우주로 쏘아 올려진다. 지구로 떨어지는 로켓 잔해, 인공위성이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최진 한국천문연구원 우주위험감시센터 박사는 “뉴스페이스 영향으로 인공위성 발사사례가 급격이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에는 500~600㎞ 높이 뿐만 아니라 300㎞대에도 많은 위성이 분포하고 있고, 높이가 낮을 수록 떨어지기까지 시간은 짧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그렇지만 너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도 했다. 그는 “낙하물 크기가 너무 크거나, 석영과 같이 타지 않는 특정 물질인 경우가 아니라면 낙하물이 대기 중에서 소실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당연히 위험을 고려해야 하지만 많은 연구로 대비가 이뤄지는 만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