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업계에서는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겠다는 정부와 국회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려는 압박에 대해서는 불편한 시각이 감지된다.
50~70GB에 상응하는 중간요금제 시즌2 이후에는 또 다른 저가 요금제 출시 등으로 이통사 입장에서는 악순환을 유발하는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오랜 진통 끝에 20~30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간요금제가 출시됐지만 빠른 시일 내 5G 데이터의 빈 구간을 메울 수 있는 새로운 중간요금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통신사 간 경쟁과 차별화를 위해서라도 민간에 맡긴 이통 시장이 작동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자율성이 높아지면서 요금제가 더 다양화되고 경쟁이 강화된 사례도 존재한다.
예컨대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은 기존에 요금제를 출시할 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인가제 사업자였다. 5G 요금제가 시행된 이후로도 약 2년간 인가제 하에 있었던 SK텔레콤은 당시 5G 요금제 4종과 청소년 요금제 1종 등 모두 5종류의 5G 요금제만을 출시했다. 하지만 2020년 말 SK텔레콤은 유보 신고제 사업자로 전환됐다. 요금제가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경쟁자 배제 등 공정경쟁을 해치는 등 문제만 없다면 출시 단계가 훨씬 수월하게 변화됐다.
유보신고제 도입 이후 SK텔레콤은 2년 동안 언택트플랜을 시작으로 어린이요금제, 군인할인프로그램, 중간요금제, 마이투넘버, 다이랙트플랜 등 총 15종류 이상 5G 요금제를 추가 및 개편했다. 초기와 비교해 5G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다양한 세그멘트별 요금제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출시 종류에서만 3배 이상 차이가 난다.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요금제 출시가 활발해지면서 KT와 LG유플러스 또한 이에 상응하는 다양한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같은 이통사의 차별화와 경쟁은 소비자에게 보다 더 다양한 선택권을 줄 수 있다는 논리다.
이와 더불어 가격 인하를 중점으로 한 요금제에 대한 개입이 결국 이통사의 투자 저해를 가져와 소비자 후생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계속된 정부 주도 요금 인하로 적절한 수익화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통사가 더 이상 혁신 상품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가격인하 정책은 요금을 낮출 수 있어도 혁신 서비스의 탄생을 힘들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며 “최근 제 4이통이 탄생할 수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가운데, 매몰비용이 발생한다면 누가 도전할 수 있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 통신비 절감은 이통사 입장에선 재무부담과 직결된다. 우선 6만9000원대 5G 요금제 가입자가 당장 기존에 나온 6만1000원대로 요금제를 낮출 경우 8000원의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손실이 불가피하다.
6만9000원 요금제는 이통사 핵심 상품이다. 5G 6만9000원 요금제는 LTE 6만9000원 요금제와 스펙이 사실상 유사하다. LTE 가입자가 5G 요금제로 전환할 때 부담이 적은 구간을 만들어 놨다. 하지만 5G 중간요금제 출시 후 LTE 가입자가 요금을 낮춰 5G로 전환한다면 그만큼 기대수익 저하가 불가피하다. 이통사는 지난해 중간요금제 출시 이후 최소 연간 3000억원대 이상 단기 손실을 예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