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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문서관리가 산업계 이슈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에 다수의 시스템에 산재해 있던 문서를 모아서 통합관리하는 '기업 콘텐츠 관리'(ECM) 개념이 소개된 이래 문서관리는 기업에서 어느 정도 해결된, 잊힌 문제였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나 컴퓨팅 환경이 크게 변한 지금 문서관리 시스템은 새 국면을 맞았다.

문서관리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날로 심해지는 사이버보안 공격에 기존 시스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ECM에서 잘 관리되고 있는 줄 알고 있던 많은 문제가 해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은 것이었다.

전사적 통합문서관리를 표방한 ECM이 무색하게 문서는 ECM 서버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보안이 취약한 서버, 개인 PC 등에 산재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간 관리되지 않는 문서의 존재를 애써 외면했지만, 거세진 보안 위협은 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만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컴퓨팅 환경에서 가장 큰 변화인 클라우드의 확산은 기존 ECM 기반 문서관리의 한계를 재차 확인시켰다.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으로 자연스레 외부 클라우드에 중요 문서가 올라가지만 클라우드 내의 문서는 기존 ECM으로 통제할 수가 없다. 거기다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더 많은 클라우드 기반 협업툴의 도입을 불렀다. 외부와의 협업에서 문서관리는 더욱 중요하지만 다양해진 협업툴의 통제 너머로 문서가 흩어지는 정보 파편화가 가속화됐다. 협업 생산성은 떨어지고 보안 위험이 커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에 따라 새로운 컴퓨팅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문서관리 방안이 절실해졌다. 그래서 활용되는 것이 문서중앙화, 인공지능(AI) 활용, 가상화다.

문서중앙화는 강제로 문서를 한곳에 모아서 정보 파편화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PC에서 문서 편집을 하되 서버에만 저장되도록 통제해서 문서를 관리한다.

하지만 항상 특정 저장소에 접속해야 하는 불편과 과도한 네트워크 집중으로 말미암은 성능 저하 등의 문제가 있다. 더 큰 약점은 중앙 저장소에 수많은 중복·유사 문서가 쌓여서 문서관리를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이는 불완전한 버전관리가 원인으로, 기존 ECM에서도 지적되던 문제다. 하지만 중앙화 이전 ECM은 최종 혹은 필요 버전만 서버에 저장하던 반면, 중앙화는 모든 버전이 서버에 저장돼 그 정도가 심해졌다.

당연히 스토리지 용량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비용적으로도 큰 손해다.

이러한 유사·중복 문서 문제가 지적되자 AI 기술이 등판했다. AI로 필요한 문서를 찾거나 사용자가 직접 해야 하던 여러 작업을 자동화, 버전 관리를 쉽게 한다. AI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 응용 분야가 제한적이고, 효과에 견줘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단점이다.

반면에 문서 가상화는 이 같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서 주목받는 대안이다. 문서가상화는 PC에서 문서가 생성될 때부터 고유의 식별코드가 부여돼 다수의 사용자가 어디에 분산 저장을 하든 하나의 파일로 인식 및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문서가 수정·저장되면 저장 위치와 상관없이 자동동기화하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는 기존 문서를 여는 것만으로 최종 버전을 확인할 수 있다는 독보적 장점이 있다.

어디서나 일하는 방식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효율적 버전관리와 뛰어난 편의성으로 업무 생산성도 높아진다.

파생된 다수의 문서도 하나로 인식해 중복 저장을 최소화해서 파일 관리도 쉽고 스토리지 용량도 감소한다.

탁월한 보안도 문서가상화의 장점이다. 문서 생성부터 접근 제어와 감사 추적 기능을 제공하고, 암호화해서 보관한다.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해킹이나 실수 등으로 문서가 유출돼도 열어 볼 수 없다. 백업이 자동으로 되니 랜섬웨어 등에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ECM이 문서관리 2.0이었다면 이제 바야흐로 문서 가상화를 중심에 둔 문서관리3.0 시대의 시작이다. 문서관리는 향후 문서가상화 기술 중심으로 중앙화하고, AI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다. 지금이 바로 기업이 자신에 맞는 새로운 방법으로 문서관리 방안을 혁신, 생존을 위한 변화에 동참할 때다.

조규곤 파수 대표 kcho@fas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