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 잡는 칼로 소를 잡을라 카면 되나.”
온라인 플랫폼 이슈를 일별하다 보니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온 대사가 떠올랐다. 순양그룹 진양철 회장역을 맡은 이성민의 대사다. 순양그룹의 닭 잡는 칼이었던 사위가 정치 바닥에 뛰어들겠다고 하자 내뱉은 독설이다.
지난해 카카오 서비스 장애를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규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어서다. 규제의 배경이 된 데이터센터 화재와 카카오 서비스 장애 사건은 사실상 시장 독과점·지배력 문제와는 관련이 없는 이슈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을 넘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며 과잉 규제의 덫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드라마 속 맥락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플랫폼 기업은 기존 닭 잡는 칼로도 규제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인식이다.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 차는 결국 규제 재생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는 카카오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규제 법안을 사고 발생 두 달 만에 만장일치로 본회의를 통과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임시 조직이었던 온라인플랫폼팀을 확대·개편해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했고, 새해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 지침'도 속도를 낸다. 심사 지침에는 △경쟁 플랫폼 방해 행위 △자사 우대 △유리한 거래 조건 요구 △끼워 팔기와 같은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기준 등이 담길 예정이다. 심사지침의 법적 효력은 없지만 법 해석 시 준칙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심사 지침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 법(온플법)' 등 관련 법 제정 움직임도 다시 속도가 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공정위가 그간 간이심사로 처리한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 심사를 내년부터 일반심사로 전환하겠다고 예고했다. M&A 심사를 간이심사에서 일반심사로 전환하는 것은 해당 M&A가 시장 경쟁을 해치는지 면밀하게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현행 기준으로 인수 대상 기업의 매출액이 300억원 미만이면 공정위의 결합심사를 받지 않는다. 이러한 맹점 탓에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이 가능했다고 본 것이다.
공정위의 표면적 명분은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무분별한 확장과 독과점을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가뜩이나 저조한 M&A 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위축은 물론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스타트업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 스타트업은 상장이나 인수합병으로 투자금을 회수한다. 특히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상장을 목표로 했던 플랫폼 및 스타트업이 이를 미루거나 취소하고 있다. 상장 문이 좁아진다면 M&A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기대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M&A 조차 까다로워지면 스타트업은 투자금 회수 기회가 그만큼 어려워진다. '투자-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스타트업 생태계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일자리 창출 억제, 재투자 시장 위축 등 파생적인 영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닭 잡는 데 무조건 큰 칼이라고 좋은 것도 아니고, 소 잡는 칼을 모조리 끌어 쓸 필요도 없다. 규모에 맞는 적절한 수단이 필요하다. 국내 시장 상황, 해외 온라인 플랫폼 기업과의 형평성, 기술 전문성, 소비자 후생 등을 고려한 균형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