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차세대 지능형 전자 피부 기술을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성호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팀이 고승환 서울대 교수팀, 제난 바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팀과 함께 지능형 전자 피부 개발에 성공했다고 28일 밝혔다.
전자 피부는 딱딱한 전자소자를 피부처럼 유연하고 늘어나는 형태로 만든 것으로 피부 부착을 통해 인체 움직임을 측정해 가상현실(VR) 구현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존 장비는 크기가 크고 유연성이 떨어지며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전도성 액체를 직접 피부에 분사한 후 나노미터(㎚) 단위 전도성 그물망을 손에 자동으로 인쇄하는 새로운 방식을 적용했다. 손 위 전도성 그물망이 사용자 움직임에 따라 늘어나면서 전기신호가 발생하는 것을 관측했으며 이때 획득한 정보를 블루투스 통신장치를 통해 무선으로 전송했다.
전송된 여러 종류 전기신호를 인공지능(AI)이 스스로 비교하고 학습하는 과정을 거쳐 서로 다른 손동작을 구별하게 한 후 사용자가 특정 동작을 몇 번만 반복하면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 키보드 없이 손동작만으로 글자를 입력할 수 있게 하고 임의 물체를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물체 모양이 화면에 그려지게 하는 등 다양한 VR 플랫폼 기술 구현에도 성공했다.
조성호 교수와 고승환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전자 피부와 AI 기술을 결합한 첫 사례”라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사용자 편의성을 증대시켜 향후 메타버스를 비롯해 증강현실(AR)·VR, 원격의료, 로봇공학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및 선도연구센터) 등 지원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29일 게재됐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