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M&A가 킬러인수?…심사 강화하면 스타트업 활성화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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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표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예고한 플랫폼기업 이종혼합형 기업결합 심사강화에 대해 근거가 미약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공정위가 내세운 '킬러인수론' 논리가 비합리적이고, 자칫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유니콘팜과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19일 국회에서 개최한 토론회에서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 킬러인수론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애당초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 혁신을 전제로 삼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처음 제기된 바이오산업 특성상 스타트업이 대형 제약사에 인수되더라도 단계별 임상시험을 거치며 실패할 수 있고, 불확실한 경쟁을 미리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금을 쓴 뒤 일부러 파이프라인을 폐기한다는 논리도 비합리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빅테크 분야 킬러인수론이 미국의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페이스북·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견제하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특히 주 교수는 미국에서 플랫폼 산업으로 확장된 킬러인수론이 국내까지 번졌다면서 자국 플랫폼을 육성하는 유럽·중국과 달리 미국을 추종해 규제를 강화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기업결합 규제 조항이 극히 모호하다”면서 “규제 권한이 강화되면 국내 플랫폼 산업 자해 행위는 물론 스타트업 생태계 혼란, 일자리 창출 억제, 소비자 피해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있어 M&A 활성화가 유일한 길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미국 통계를 들며 “한 번이라도 투자받은 회사 중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회사는 0.1%에 불과하다”면서 “정책적으로 0.1%에 집중할지 99%에 집중할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상장은 전 국민 호감을 사야 가능하지만 M&A는 한 명만 만족시키면 되고, 상장기업 수는 제한적이지만 M&A는 무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M&A를 통해 엑시트한 기업가가 많아질수록 이른바 '연쇄 창업가'나 엔젤투자자가 되면서 벤처·스타트업 생태계를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현장에선 투자유치 실패로 사장될 뻔한 기술이 M&A를 통해 빛을 발하는 사례도 있다.

김범섭 자비스앤빌런즈 대표는 영상통화 앱 '스무디'와 근로자 급여 관리 솔루션 '하우머치' 인수 사례를 소개하면서 피인수사 폐업을 막는 동시에 자사가 원하는 앱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 시장 생태계를 해치지 않는다면 대기업·스타트업 간 M&A도 스타트업 생존 전략의 하나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심사강화 시 △폐업 △해외 경쟁력 약화 △해외 플랫폼과의 역차별 등을 우려했다.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은 “M&A 심사기준 강화는 스타트업 성장 촉진과 제한 등 양면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 면밀하고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M&A를 억제하기보다는 여러 스타트업이 시장에 뛰어들어 거대 플랫폼과 공정히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A는 '투자-성장-투자금 회수-신규 투자'로 이어지는 투자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데 큰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면서 “심사 강화는 자칫 창업·벤처투자 시장에 부정적인 시그널을 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과거 카카오·네이버 스타트업 M&A 사례에서 나타난 긍·부정 양면을 모두 볼 예정”이라면서 “전통산업에 맞춰진 기업결합 심사기준을 플랫폼 산업에 맞게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플랫폼 지배력이 다른 서비스에 영향을 주는지 면밀히 들여다보겠다”면서 “엑시트를 차단할 만큼 새로운 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