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소프트웨어(SW)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임위원회 소위원회 논의를 앞두고 있다. 개정(안)은 각 기관이 실시하는 SW사업 영향평가 결과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결과를 검토해서 개선을 요청하고, 기관은 이를 이행하도록 의무화한다. 영향평가는 민간 SW시장 침해를 막기 위한 제도다. 민간에 상용SW가 있음에도 시스템 통합(SI)업체를 통해 사용하는 경우를 막자는 것이 취지다. 현재는 과기정통부 장관이 검토·개선을 권고하는 수준이다. 개정(안)은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개선 요청을 따르도록 강제성을 부과한다. 상용SW를 키우겠다는 과기정통부의 의지와 맥을 함께한다.
상용SW기업이 환영할 만한 법이다. 올해 3월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2년 확정 공공SW 수요예보에 따르면 SW 구축 예산은 4조5998억원, 상용SW 구매 예산은 3541억원이다. 상용SW 구매 예산이 SI 예산의 7.7%에 불과하고,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공공 발주 담당자는 상용SW가 있음에도 잘 모르거나 내부 편의를 반영한다는 이유 등으로 개발해서 사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기관별 업무 특성에 맞추려면 개발을 할 수밖에 없다는 반박도 있다. 시스템통합(SI) 기업의 영향력도 요인 가운데 하나다. 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이런 상황과 기업 의견을 반영해 마련됐다. 공공 분야 상용SW 도입이 늘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영향평가 강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발SW를 사용하려는 공무원은 어떤 핑계를 대어서라도 개발SW를 사용한다. 법이 통과되면 발주 담당자의 업무만 가중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공공 분야에 상용SW 사용을 늘리려면 먼저 상용SW 정보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굿소프트웨어(GS) 인증을 받은 상용 SW만 8000개가 넘지만 발주 담당자가 관련 정보를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용 SW를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용SW는 공공기관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안은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확산이다. 공공기관은 상용SW에서 필요한 기능만 선택해 구독형으로 사용하고, 커스터마이징이 필요하다면 쉽게 기능을 개발하고 변경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공공기관 공급을 위해 디지털서비스 전문계약제도에 등록된 SaaS 제품은 43개, 중앙부처 공급을 위한 디지털서비스몰 등록 제품은 28개에 불과하다. 쓰고 싶어도 쓸 제품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당장 SaaS 제품을 늘리기 어렵다면 상용SW 가운데 구독형으로 제공 가능한 제품을 디지털서비스몰에 등록해서 제공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온디맨드SW' '주문형 SW' 등으로 지칭하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드는 방법이다.
상용SW 경쟁력 강화는 우리 SW산업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SI사업으로 해외에 진출하기는 어렵다.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SW기업을 만들기 위해선 공공 분야 먼저 상용SW 사용을 늘려야 한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