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디지털' 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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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에서 출발한 북한강과 인제에서 발원한 소양강이 만나는 지점에 '봄내'로 불리는 춘천이 있다. 고려 태조 때 '봄이 빨리 오는 고을'이라는 뜻으로 춘주(春州)로 명명됐다가 조선 태종 때 물이 많은 도시라는 뜻에서 춘천(春川)으로 바뀌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춘천은 원주, 강릉과 함께 내년 6월에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의 핵심 도시이자 강원도 수도다.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를 보면 2020년부터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를 앞서기 시작했고, 지역내총생산(GRDP)도 2015년부터 수도권이 비수도권 전체의 생산을 앞지르기 시작해서 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강원도는 150만 인구로 전국의 3%, GRDP는 49조원으로 전국의 2.5%에 불과하다. 춘천은 춘천시와 춘천군이 합해진 인구 약 30만명의 도농복합도시로, 도시 모습과 농촌 기능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춘천은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와 때로는 군사적 이유 등으로 산업화 과정에 참여하지 못해 제조업이 매우 취약하다. 강원지역 총생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9년 기준으로 9.8%인데 춘천은 6.3%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 전체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 26.4%의 4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지역과 농촌은 중앙과 도시에 풍부한 인력을 공급, 산업화를 성공시켰다. 이는 불가피하게 급속한 도시화와 수도권 집중을 초래했다. 서구사회는 200년에 걸쳐 산업화가 이뤄졌지만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 만에 엄청난 속도로 산업화가 진전됐다. 우리나라 도시화율은 1960년 27.7%, 1990년 73.8%이던 것이 2022년 현재 81.4%에 이르고 있다. 산업화에 이은 정보화 시대에도 도·농 간 정보 격차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정부는 지난 9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수립, 발표했다. 미래 핵심 먹거리이자 경제·사회 전 분야의 혁신을 촉진하는 범용기술인 디지털을 활용해서 디지털 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국가전략이다. 저출산·고령화와 성장잠재력 둔화도 문제이지만 지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됐다.

디지털 전환은 우리 경제·사회의 생산 방식에 급속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생활 양식에도 큰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지역소멸 시대에 과연 디지털 기술이 지역 균형발전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면 수도권에 집중된 기업과 인력의 분산 재배치가 가능할까. 일과 여가와 쉼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MZ세대와 알파 세대에 디지털 기술은 어떤 새로운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까.

'디지털 대한민국'은 '디지털 강원'과 '디지털 춘천'에서 시작된다. 지금 춘천이 처한 특수한 환경이 역설적으로 디지털 춘천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춘천은 ICT와 바이오 중심으로 첨단 지식산업 도시로 거듭나겠다는 미래 발전전략을 수립했다. 교육도시 춘천의 교육 역량이 결합해 인적 자원의 혁신이 더해진다면 디지털 첨단도시로 발전해 나갈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편리하고 지속 가능한 스마트도시 계획을 수립해서 차세대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춘천까지 지금은 약 1시간 반 소요되지만 1시간 이내로 교통 여건이 개선되면 춘천을 중심으로 하는 강원권이 초광역 신수도권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서울-춘천-속초를 70분에 주파하는 동서 고속철도가 2025년에 완공되고 남양주-청평-춘천을 38분 만에 잇는 제2경춘국도가 건설되면 이런 환경이 갖추어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에 새롭게 출범하는 강원특별자치도를 디지털 강원으로 도약하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중심에 디지털 춘천이 자리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춘천은 디지털의 봄이 먼저 오는 도시, 디지털 시대의 성장동력인 데이터가 모이고 활용되는 데이터 호반의 도시, 디지털의 '봄내'를 꿈꾼다.

서병조 강원정보문화산업진흥원장 suhbyung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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