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운영자재(MRO) 업계 1위 서브원이 전사적 디지털전환(DT)에 나섰다. 고객 서비스 가치 제고는 물론 운영 효율화, 영업 생산성 향상 등 모든 분야에 데이터 비즈니스를 적용한다. 지난 20여년간 누적된 기업간거래(B2B) 구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 경쟁력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상완 서브원 최고디지털책임자(CDO)는 서브원 DT를 총괄하고 있다. 대기업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베인앤컴퍼니, 마스터카드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에서 DT 전략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6월 서브원에 합류해 30여명 규모의 DT 조직을 이끌고 있다.
다수 B2C 기업을 제쳐두고 B2B 기업 서브원을 선택한 것은 잠재력 때문이다. 그는 “B2C 산업에 비해 타깃팅이 분명한 B2B 산업의 데이터 비즈니스가 투자 대비 효익이 높다”며 “서브원의 다양한 데이터를 가공해 적재적소에 활용한다면 충분히 성과를 낼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내부 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췄다. 기업 고객의 다양하고 세밀한 구매 데이터를 정리해 디지털 자산으로 활용한다면 원가를 절감하고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서브원은 1300여 고객사, 2만8000여 협력사와 거래하며 취급 상품만 100만여종이 넘는다. 고객 요청 상품을 적시에 공급하는 MRO 산업 특성 상 동일 상품군 내 중복되는 상품 가짓수가 늘어나 비효율이 높아지는 것이 문제다. 김 CDO는 “인공지능(AI) 검색엔진을 활용해 취급 상품의 중복 구매를 줄이도록 했다”며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고정 비용을 낮춰 수익성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서브원은 영업 활동 관리(SPPM) 시스템을 통해 영업 전문성을 상향평준화 하고 있다. 데이터 자산화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AI가 분석한 구매 솔루션을 영업 조직에 제공해 매출 증대를 유도한다. 단순 구매 대행을 넘어 고객에게 맞춤형 상품을 제시하는 서비스로 진화한 셈이다.
김 CDO는 “MRO 기업은 고객사의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는 것이 중요한 만큼 영업 활동 역량이 경쟁력”이라며 “향후 영업 조직의 활동을 데이터 분석을 통해 관리하고 개별 고객사에 맞춘 구매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영업 조직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서브원이 자유자재로 데이터를 사용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CDO는 “DT는 각자 상황에 알맞은 옷을 입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서브원의 업무 내 모든 데이터를 자산화해 최대한 많이 활용하게 하는 것이 DT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