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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부도 사태를 초래한 '거래소 자체발행 코인'이 국내 거래소에도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이 심사 과정에서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사업을 허가한 것이다.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의 신고 수리를 완료한 국내 F거래소가 거래소의 창업자 겸 의장이 만든 F코인을 거래소 운영에 사용 및 거래지원(상장)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에서는 거래소 자체 코인이 발행되지 않아 FTX 사태와 같은 위험성 전파가 전혀 없을 것이라는 진단을 뒤집은 것이다. 국내의 경우 거래소는 자체 코인을 발행할 수 없다.

F거래소는 지난 2020년 거래소와 유사한 명칭을 딴 F코인을 최초 상장, 거래소공개(IEO)와 에어드롭 등 경품 지급에 사용했다. IEO를 통해 신규 코인에 투자하려는 이용자에게 F코인 구매를 강제했다. 스테이블코인을 표방하는 F코인은 위험 자산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이더리움 계열(ERC-20) 토큰으로, 총 발행량이 100억개에 이른다. 원화와 1대1 교환 비율을 가진다지만 상응하는 담보는 발행 후 3년이 지나도록 '공개 예정'에 머물러 있다. F거래소 측은 “F재단은 유통량 대비 유보금을 100% 이상 보유한 것으로 안다”면서 “F코인에 대한 일련의 오해와 활성화 부족 등 문제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담보가 보증되지 않는 스테이블코인은 루나·테라 사태처럼 언제든지 가치가 폭락할 수 있다. 실제로 F코인은 가치가 페깅(고정)돼야 하는 스테이블코인임에도 가치가 하루에 200% 이상 급등락을 보인다. 코인 발행 주체가 마음만 먹으면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업계는 F코인을 F거래소 자체 코인으로 보고 있다. F코인 발행사 대표가 F거래소 공동창립자이자 의장직을 겸하기 때문이다. F코인을 발행한 W사는 중국 홍콩에 주소지를 둔 코인 발행 전문사다. 국내 법인은 F거래소와 동일한 스펠링을 쓰는 F재단이다. F재단은 F거래소를 포함한 여러 관계사와 'F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F재단 관계사와 F거래소의 주소지 역시 같다. F거래소 대표는 “F재단 의장이 F거래소를 처음 인수할 때 참여한 것은 맞지만 회사를 나간 인물”이라면서 “초창기 이후 거래소와는 관계가 끝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도 F거래소 의장으로 활동했다. 거래소를 대표해 국내외 주요 기업과 협약식까지 맺었다.

지난해 시행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상법에 따른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 및 교환을 중개·알선하거나 대행하는 행위를 제한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거래소 발행 코인의 존재를 사업자가 신고 수리 과정에서 자진 신고하도록 절차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코인거래소는 자체 발행 코인을 자진 신고하고 폐지 처리했지만 이를 숨긴 사업자는 별 무리 없이 신고 수리를 통과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거래소발행 코인의 존재를 신고수리 과정에서 사전에 잡아내기는 대단히 어려운데, 이는 해당 항목이 사업자가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요건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며 “당국에서 사업자 종합검사를 나가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