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팩트 세그먼트 전기 SUV
부드럽고 경쾌한 승차감
주행거리 368㎞, 5970만원부터
“부드럽고 경쾌하네. 달릴 맛 난다.”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 아우디가 처음 선보인 콤팩트 세그먼트 전기차 'Q4 e-트론'을 제주도 일대에서 타봤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형태로 실용성이 뛰어난데다 내연기관차와 이질감이 적은 주행 성능이 만족스러웠다. 국산 전기차를 고려하는 소비자라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충분히 비교할 만한 모델이다.
Q4 e-트론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를 사용한 첫 아우디 모델이다. 최근 시승한 폭스바겐 'ID.4'와 플랫폼 등 일부 기술을 공유한다. ID.4와 비슷한 차체 크기에 프리미엄 모델답게 한결 세련된 디자인과 고급 장비가 매력적이다.
그동안 아우디는 주로 1억원 전후의 프리미엄 전기차만을 내놨다. e-트론과 e-트론 GT 등이 상품성 면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고가 모델로 진입장벽이 높았다. Q4 e-트론 가격은 5970만~6670만원 수준으로,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도 합리적인 수준이다. Q4 e-트론과 형제 모델인 Q4 스포트백 e-트론 출고를 기다리는 국내 고객이 7000명 이상에 달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체가 부드럽게 출발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내연기관차와 이질감이 적은 승차감이다. 민감하게 튀어 나가는 전기차와 달리 가속이 매끄럽고, 회생 제동이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감속 반응도 괜찮다.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도로를 달릴 때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도 잘 억제해냈다.
시승차는 Q4 e-트론 40 트림으로 82㎾h 배터리를 얹었다. 1회 충전 시 복합 기준 주행거리는 368㎞이며 복합 전비는 4.3㎞/㎾h다. 제주에서 서귀포를 순환하는 약 200㎞ 시승 구간에서 실제 전비는 6㎞/㎾h에 근접했다. 일상 주행에서 충분히 400㎞ 이상을 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합산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1.6㎏·m으로 1100고지 등 가파른 굽잇길을 편안히 넘는다. 정지 상태에서 100㎞/h를 8초대에 주파할 만큼 경쾌하다. 최고속도는 안전을 위해 160㎞/h에서 제한한다. 충전은 완속(AC)과 급속(DC)을 지원하며 최대 135㎾ 출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디자인도 빼놓을 수 없다. 외관을 보면 이 차가 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초 아우디가 선보였던 콘셉트카 디자인을 양산 모델로 구현한 만큼 미래 지향적 이미지다. 짧은 오버행에 큼지막한 휠, 근육질 라인이 어우러져 균형 잡힌 비율을 보여준다.
전면부는 수직 스트럿이 들어간 8각형 싱글 프레임 그릴이 아우디만의 존재감을 표현한다. 차체의 모든 선이 정밀하면서도 또렷해 날렵한 모습을 강조한다. 3차원 스포일러와 부분적으로 덮은 리어 액슬의 트롤 암 등 공기역학 설계로 0.28의 우수한 항력 계수를 달성했다.
매트릭스 LED 헤드라이트는 높은 시인성을 제공한다. 일반 LED보다 높은 밝기로 촘촘하게 배열된 광선으로 넓은 가시범위와 안전성을 자랑한다. 디지털 라이트 시그니처 기능을 갖춰 운전자가 네 가지 시그니처 라이트 디자인 가운데 취향에 맞는 라이트를 고를 수 있다. 휠은 19인치를 기본으로 프리미엄 모델을 선택하면 20인치 휠이 장착된다.
전용 플랫폼을 사용한 모델답게 실내는 넉넉한 편이다. 간결한 동력 구조로 센터 터널이 없어 앞 좌석은 물론 뒷좌석까지 넉넉한 레그룸과 수납공간을 제공한다. 넓고 탁 트인 느낌으로 개방감이 좋다. 시프트 패들을 포함한 더블 스포크 스포츠 스티어링 휠(운전대)은 손에 잘 감기며 가죽 시트 촉감도 부드럽다.
드라이빙 즐거움을 높이는 안전·편의 장비도 돋보인다. 사각지대에서 차량이 접근해 오는 경우 사이드미러에 경고등을 점멸하는 사이드 어시스트를 비롯해 어댑티브 크루즈 어시스트, 액티브 레인 어시스트 등을 기본으로 채택했다. 전후방 주차 보조시스템은 편리한 주차를 돕는다.
운전자가 모든 차량 정보를 통합적이고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 차량과 스마트폰을 연결해 통화, 음악 등 스마트폰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 무선 충전 등을 갖췄다.
Q4 e-트론 가격은 기본형 5970만원, 고급형인 프리미엄 6670만원이다. 겨울철 주행거리 등 일부 국내 인증 기준 미달로 보조금 없이 개별소비세 등 혜택만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아쉽지만, 동급 국산 전기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