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시티를 넘어선 세계 최초의 인지도시(Cognitive City)' '사막 한 가운데 세워질 거울 외벽의 선형도시' '사우디의 2029년 동계올림픽 유치' '바다 위에 떠 있는 미래형 산업단지'
몇 개 문장만으로도 전 세계인들의 상상력과 관심을 촉발시킨다. 이 모두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이다. 단순 수식어가 아니라 사실을 전달하는 설명이라는 점에서, 또 발주가 머지않은 현실이라는 점에서 한번 더 놀라게 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원팀코리아'의 네옴 수주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졌다.
국내 산업계는 이미 네옴 이름만으로도 주가가 오를 만큼 들썩이고 있다. 건설은 물론 정보기술(IT)·전자·에너지·첨단소재 업체들까지 네옴 프로젝트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현대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첫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1조4000억원 규모 터널 공사를 지난 6월 수주하면서 원팀코리아에 희망을 안겨줬다. 네옴 프로젝트는 크게 세 개 프로젝트로 구성된다. 선형도시인 '더 라인(The Line)',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 스포츠 레저를 위한 '트로제나' 등이다. 알자지라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총 1조달러(약 1400조원)가 투입되고 도시 건설을 위한 사업비만 5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확한 수치와 발주 스케줄은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다.
◇네옴 프로젝트는.
네옴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이끄는 2만6500㎢ 크기 초대형 신도시 프로젝트다.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적인 사우디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먹을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네옴이 세워질 곳은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사막 한 복판이다. 이곳에 거울 외벽으로 둘러싸인 170㎞ 길이 선형도시와 스키장을 비롯한 산악 관광단지, 바다 위에 떠 있는 산업단지를 세우겠다는 구상이다. SF영화보다 더 초현실적이지만, 당장 산악관광단지는 동계올림픽을 유치했으며 실제 도시 건설까지 시작됐다. 불과 4~5년 후 눈으로 볼 수 있는 미래인 셈이다.
네옴은 '새로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네오와 '미래'를 뜻하는 아랍어 단어 첫글자를 합성해 만들어졌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비전 2030 정책 일환으로 발표했으며, 17일 방한하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2017년 10월 빈 살만 왕세자가 프로젝트 구상을 발표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에는 네옴의 핵심인 선형도시 '더 라인' 계획을, 2022년에는 디자인까지 발표하며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38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 라인'은 디자인만으로도 세계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홍해와 맞닿은 사막 한 가운데 폭 200m, 길이 170㎞, 높이 500m 선형도시로, 외벽은 거울 벽으로 만들어진다. 아까바만 항구와 네옴 공항을 직선으로 연결한다. 끝에서 끝까지 고속철도로 20분 만에 도달할 수 있으며, 모든 도시 공간에서 거주민들은 도보 5분 내 모든 편의시설을 접할 수 있다. 생활 공간과 교통 공간의 층을 나눠 생활 공간에서 차를 볼 일은 없게 된다. 모든 서비스가 인공지능(AI)에 의해 자동으로 운영되며 100%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가동된다. 2030년까지 인구 100만명이 거주하고 궁극적으로는 900만명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 정부는 스마트시티 보다 한차원 발전한 인지 도시라고 명명했다. 도시를 선형으로 만든 이유는 교통이다. 가장 효율적인 교통을 위주로 도시를 설계하다보니 선형 도시라는 구상이 나왔다.
지금까지 공개된 것은 디자인뿐이다. 사우디의 국부펀드가 투자해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빈살만 왕세자는 최근 네옴의 상장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네옴을 위해 2027년 5000억리얄(약 174조원)을 조달할 것이며, 이를 위해 2024년 상장하겠다고 했다. 도시 건설의 사전단계인 인프라 공사는 시작됐다. 현지 기업들이 도시의 터를 다지고 있다. 직선에서 가장 어려운 구간이 산악지대 터널을 만드는 공사 중 일부는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수주해 최근 공사를 시작했다. 이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4~5단계로 나눠 발주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옥사곤과 트로제나 역시 디자인 정도가 공개된 상태다. 옥사곤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팔각형 모양의 산업단지며, 트로제나는 산악관광단지다. 이 관광단지에 인공담수호와 스키장, 리조트 등을 조성한다. 사우디에서 스키장은 상상이 안되지만 실제 사우디는 2029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원팀코리아' 제2 중동붐 노린다.
정부는 해외건설 수주로 제2 중동붐을 일으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해외 수주 연 500억달러 달성으로 세계 4대 건설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네옴 수주를 위해 꾸린 원팀코리아는 11월 초 사우디에서 큰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원 장관은 야시를 빈 오스만 알 루마얀 아람코 회장 겸 국부펀드 총재를 비롯한 8개 기관 수장들을 만나 원팀코리아를 홍보했다. 에너지부, 교통물류부, 경제기획부 장관 등도 만나 사우디와 한국의 협력을 논의했다. 사우디 방문을 계기로 이달 말 한-사우디 주택협력포럼도 개최할 예정이다. 모빌리티 분야 협력 업무협약(MOU)도 체결할 계획이다.
원 장관은 “한국의 정부와 다양한 분야의 민간 기업이 한 팀이 돼 사우디에 한국 기업이 가진 다양한 기술과 경쟁력을 홍보하고 양국간 신뢰와 협력을 한 단계 강화하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17일 방한하는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과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에서 한국과 사우디 협력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