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권 명시한 저작권법 개정안 '위헌 소지' 논란

법조계, 사적계약 자유 침해 지적
이중지불·형평성 등 갈등만 증폭
콘텐츠 창작 생태계 위축 불가피
업계, 통과땐 '위헌심판'도 불사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감독·작가의 추가 보상청구권을 명시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위헌 논란에 휩싸였다. 여야가 발의한 개정안에 대해 법률전문가와 관련 콘텐츠 업계는 사적 계약에 대한 자유를 침해하고 과도한 영상물 제작비용 상승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우려 의견을 나타냈다.

대형로펌 A사는 “창작자 보상청구권 도입을 골자로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에 근거한 '계약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보고서는 A 로펌이 방송영상콘텐츠업계 의뢰를 받아 검토한 결과물이다.

유 의원과 성 의원의 개정안은 영상물 저작자가 제작사 등 타인에게 지식재산(IP)을 양도한 경우에도 콘텐츠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을 대상으로 보상청구권을 행사할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률 전문가를 비롯해 콘텐츠 산업계는 개정안이 원활한 이용과 투자회수를 위해 마련된 영상저작물 특례조항 취지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창작자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저작물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된 저작권법 목적성에도 어긋난다는 것이다.

보상청구권이 도입되면 영상저작물 제작 투자가 위축되고 제작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작 편수가 줄면 저작권자의 작품 참여 횟수와 수익이 줄고 추가 보상 부담이 발생한 영상물 최종제공사업자의 소극적 판권 확보로 원활한 영상저작물 유통까지 어려워질 수 있다.

보상청구권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계약관계가 복잡해지고 방송사 등은 추가 비용 지출을 고려해 흥행이 기대되는 대작 위주 콘텐츠 수급만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영상물 공급과 이용이 감소하면 결과적으로 창작자에 돌아갈 수익이 줄고 보상청구권 등을 고려한 계약 조건이 많아지면 창작자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A로펌은 “개정안이 정하는 일방적 보상청구권 행사요건은 다양한 계약상황이 존재하는 국내 영상저작물 거래 실태와 거래별·영상저작물별 특수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법안 통과 시 K-콘텐츠 시장 내 갈등은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용료 이중지불 문제, 위헌 가능성, 감독·작가 이외 콘텐츠 창작에 참여하는 다른 권리자와 형평성 훼손 등 문제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극장업계는 개정안을 적극 반대하고 있다.

콘텐츠·저작권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내 의견도 갈리고 있다. 저작권 보호·활용·산업정책을 전담하는 저작권국은 창작자 권익 강화 차원에서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에 미디어정책국·콘텐츠정책국은 방송영상콘텐츠 투자·제작 감소 등 역기능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영상콘텐츠업계 관계자는 “저작권자와 적법한 계약에 따라 정당한 보상을 하는 상황에 저작권자에 보상청구권을 보장하면 작품 '흥행 리스크'를 책임지는 플랫폼 사업자에게는 작품 흥행 실패 시 창작자 대상 구상권 청구를 제도화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위헌 소지가 높다는 로펌 판단이 나온 만큼 개정안 통과 시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