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것이 한국은행의 우선 과제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은과 한국경제학회(KEA)가 공동으로 연 국제콘퍼런스 개회사에서 “긴축적 통화기조를 유지함으로써 물가안정 기조를 공고히 하고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수준을 낮추는 것은 여전히 한국은행의 우선과제”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들어서는 인플레이션과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속도도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속도가 어느 때보다 빨랐기 때문에 경제의 다양한 부문에서 느끼는 압박의 강도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금융안정 유지, 특히 비은행부문에서 금융안정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며 “고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긴축 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이러한 자금흐름을 비은행부문으로 어떻게 환류시킬 것인가는 한은이 당면한 또 하나의 정책적 이슈”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여러 주요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한은 전망이 체계적인 오차를 나타냈다고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에너지 가격이 예상치 못하게 상승한 점, 미국 긴축적 통화정책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된 점 등 두 가지를 오차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이 총재는 “변명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원유 및 가스 가격은 정치적 사건 등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또 사전에 미국의 통화긴축과 달러강세를 예상했지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된 연준 정책금리의 점도표상 경로는 기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경제적·지질학적 분절화(fragmentation) 위험이 한국 경제가 직면한 단기적 도전과제이자 장기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미중 간 긴장 심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상의 추가적 악화는 국제금융 및 무역의 분절화를 초래하고 글로벌 경제성장과 무역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며 “이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한국 경제의 장기 성장을 억제하는 구조적 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