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 기술 기반 물류 네트워크
신선식품 재고 손실 50% 감소
공급망 최적화 통해 이익률 제고
소규모 투자로 신사업 손실 줄여
쿠팡의 흑자 전환은 물류 혁신 기술과 공급망 최적화로 성장의 '플라이휠'을 구축한 덕분이다. 플라이휠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성장의 선순환을 말한다. 대규모 투자로 매출이 늘면서 고정비가 줄고 비용 효율은 높아지는 구조다. 이는 아마존이 내세운 전략이다. 쿠팡은 아마존이 걸은 길을 답습했다. 아마존은 1994년 창업 후 2002년 첫 흑자까지 8년이 걸렸다. 쿠팡 역시 정확히 8년 만에 적자 기업 꼬리표를 뗐다. 6조원의 누적 적자로 인한 시장 우려에도 '쿠팡식 로켓배송 물류 모델'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다.
김범석 쿠팡Inc 의장은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실적 원동력으로 자동화 기술에 기반한 물류 네트워크를 꼽았다. 김 의장은 “여러 지역에 신선식품 유통을 확대하면 재고 손실이 늘어나기 마련인데 쿠팡은 머신러닝 기술 기반 수요 예측으로 신선식품 재고 손실을 지난해보다 50% 줄였다”고 말했다.
쿠팡은 최근 2년간 물류 자동화 기술에 1조2500억원을 투자했다. 그동안 축적한 고객 주문 데이터에 기반한 직매입 상품의 소비자 수요 예측과 피킹로봇(AGV)을 이용한 재고 집품 및 운반, 자동분류 기술 등으로 업무 강도는 낮추고 비용은 절감했다. 김 의장은 “물류 전 과정을 통합하면서 별도의 콜드체인 네트워크 없이도 일반 소비재 트럭으로 신선식품을 배송할 수 있다”면서 “덕분에 수백만 개 상품을 무제한 무료 배송하고 새벽배송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주문부터 최종 배송까지 물류의 전 단계를 '엔드 투 엔드' 방식으로 일원화하면서 운영 효율성과 고객 경험 측면에서 경쟁 업체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김 의장은 “기술과 풀필먼트, 라스트마일 물류 통합을 통해 고객과 상품, 서비스와 가격 사이에 존재하는 기존의 트레이드오프(양자택일 관계)를 깰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직매입 방식의 로켓배송 상품군 뿐만 아니라 오픈마켓 상품군, 쿠팡 풀필먼트를 활용한 제트배송(로켓그로스) 서비스 역시 쿠팡 주요 성장 모델이다. 3분기 기준 쿠팡 입점 소상공인은 20만명에 육박한다. 작년보다 25% 늘어난 수치다.
쿠팡은 올 들어 전사 차원에서 수익성 개선에 주력해왔다. 프로세스 개선과 공급망 최적화를 통해 이익률을 높였다. 1분기 제품 커머스 부문에서 조정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흑자를 낸데 이어 2분기에는 전체 조정 EBITDA 흑자를 거뒀다. 흑자 기조를 꾸준히 확대하며 3분기에는 적자를 벗어나 이익을 내는 e커머스 기업으로 변모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쿠팡의 이번 흑자 전환은 소비자 신뢰와 충성도가 높아지면서 손익 구조가 안정적으로 개선되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가했다.
신사업 손실을 줄인 것도 흑자 전환에 주효했다. 쿠팡플레이와 쿠팡이츠, 핀테크, 글로벌 사업 등 신사업 부문의 조정 EBITDA 손실은 지난해와 비교해 50% 줄었다. 쿠팡은 올해 신사업 투자 규모를 2억달러 미만으로 유지했다. 거라브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번 실적으로 미래 성장을 위해 원칙에 기반한 투자를 지속하는 동시에 규모의 경제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보여줬다”면서 “장기적으로 더 많은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서비스에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범석 의장은 “신사업 부문 매출은 10% 성장했으며 매출총이익도 지난해보다 4200만달러 증가했다”면서 “신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 혁신을 펼쳐나갈 잠재력이 있다. 소규모 투자에서 시작해 원칙에 입각한 장기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