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은 현재 기계공학에서 시스템적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예전에는 자동차 엔진 스펙, 디자인 차별화, 승차감 개선 등 공학적 기술개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자율주행·친환경 자동차 시대가 되면서 모든 분야가 융합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통신, 디스플레이, 전자기기, 건설, 도시공학, 기초연구, 최적화, 교통공학 등이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자율주행이 강조되면서 자동차의 공간적 재정의도 활발하다. 자동차 내부 공간이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벗어나 '바퀴 위의 거실' 개념으로 새롭게 부각하고 있다. 자동차 내부를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온도·습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한 기술로 떠오르는 게 바로 공조장치 위생관리 시스템이다. 자동차 공조장치란 차 안의 온도·습도, 공기의 청정도·흐름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공기 조절 시스템을 말한다.
필자는 지난 10월 초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자동차공학회의(APAC)에 다녀왔다.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APAC는 전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이 참석해 산업·사용자·사회 측면에서 모빌리티, 자율주행 자동차 및 운송 차량 기술 분야의 최신 혁신 트렌드와 정보를 교환하는 행사로 1981년부터 2년마다 열리고 있다. 필자는 행사에 연사로 참석해 '증발기 오염 억제를 위한 새로운 자동차 공조 시스템'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새로운 자동차 공조 시스템은 미세전류를 활용한 초저전력 기술로 공조장치의 오염을 방지하는 장치다. 자동차는 평균 사용기간이 10년 이상이며, 다양한 환경에 노출된다. 그 가운데 공기 순환부의 증발기는 특히 습도가 높아 많은 미생물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미생물막은 주로 습한 환경에서 박테리아가 물체 표면에 8시간 이상 머무르면서 형성하는 보호막이다. 이렇게 생성된 미생물막은 공조기 구조상 제거가 어렵고 악취를 동반, 자동차 실내 오염의 주범이 된다. 차량 공조기 표면에 특수 파동의 미세전류를 흘려보내면 미생물막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극저전력 솔루션으로 사용 및 대기 전력이 극히 낮아 애프터 블로어 방식 대비 1% 미만의 전력 소모로 효율적 미생물막 제거가 가능하다.
발표 이후 우리가 제안한 미세전류를 활용한 미생물막 제거 기술에 대한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적용이 가능한 미세먼지 관리 분야 담당자나 자율주행 관련 선행 기술 담당자들이 관심을 보이며 활발한 토의가 이뤄졌다. 아무래도 그동안 융합 사례가 많지 않았던 새로운 바이오 기술에 대해 관심이 있는 듯 보였다. 화학 약품 사용이 아닌 미세전류라는 전기적 메커니즘을 활용한 친환경 기술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자동차 공조장치에 적용된 기술은 인체에 무해한 특수한 미세전류로 물리적 접촉 없이 미생물막을 제거하는 특허기술이다. 직류(DC)와 교류(AC)의 전기적 메커니즘을 동시에 적용해 100마이크로암페어 수준의 미세전류로 미생물막을 표면에서 분리하는 데 큰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화학 약품이나 물리적 힘을 가하지 않고도 미생물막이 형성되는 모든 곳에 적용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친환경 바이오 기술이다. 이 기술은 자동차 공조장치 외에도 오럴 케어, 선박 표면 관리, 펫 케어, 스킨 케어, 비염치료, 인공관절 감염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시장을 만든다. 역으로 새로운 시장이 새로운 수요기술을 만들기도 한다. 친환경 바이오 기술이 만들어 갈 미래와 도전에 응원이 필요하다.
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ywkim@proxihealthca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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