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제니스요양병원 KT AI방역로봇도입...방역과 돌봄 서비스 수행
하단에 탑재한 자외선 살균램프로 바닥에 묻은 세균까지 살균
간병인에게 환자 체위변경 시간까지 알람으로 알려주는 똑똑한 기능
“사람들은 나를 인공지능(AI) 방역로봇이라고 부른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간병인 도움을 받으며 생활하는 요양병원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주로 하는 업무는 방역이다. 하지만 얼마 전 나를 만든 KT라는 회사에서 새로운 기능을 부여했다. 오래 누워 있으면 욕창이 생길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자세를 바꿀 수 있도록 간병인에게 알람을 울리게 한다. 방역하면서 자세 변경 알람까지 하려니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월급은 안 받는다. 그렇다고 불만은 없다. 불편한 어르신들이 내 도움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뿌듯하다.”
요양병원에서 활동하고 있는 AI 방역로봇의 생각(?)을 정확히 읽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 로봇이 사람에게 편리함을 주는 존재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대구시 수성구 제니스 요양병원에는 방역과 더불어 돌봄 기능을 수행하는 로봇이 있다. 병원 측이 얼마 전 KT로부터 도입한 AI 방역로봇이다. 주요 임무는 이름처럼 방역이다. 병원 내 감염관리실과 신장투석기를 갖춘 인공신장실 등 4개 병동에서 로봇 4대가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병원 주요시설은 바이러스에 매우 민감한 곳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병원 내 집단 감염이라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유해 바이러스를 옮길 우려가 없는 로봇이 방역해야 하는 최우선 장소가 바로 병원이다.
제니스 요양병원에 도입된 AI 방역로봇은 인체에 무해하고 바이러스를 99.9% 제거하는 플라즈마 살균방식으로 작업한다. 기존 소독방식은 유해 성분 때문에 사람이 없을 때 주로 방역했다. 건물 안팎에서 방호복을 입고 소독액을 분사하는 이유다.
AI 방역로봇은 하단에 탑재한 자외선 살균램프(UVC LED)로 바닥에 묻은 세균을 소독한다. 바닥 세균이 공기 중으로 떠다니며 재감염되는 걸 막기 위함이다. 벽이나 장애물을 피하고 사람 동선을 회피하는 자율주행 기능도 탑재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24시간 방역할 수 있다.
환자 체위 변경을 간병인에게 2시간 단위로 알려주는 기능은 병원 측 요청으로 추가했다. 사용자 의견을 로봇개발에 적극 반영해 기능을 확장한 전형적 '프로슈머(Prosumer)' 사례다. 병원을 돌아다니는 로봇이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간병인과 환자들에게 익숙한 존재가 됐다. 오히려 로봇이 정기적으로 병실을 찾아 방역하고 알람까지 주다 보니 안정감과 친밀감까지 느낀다는 것이 병원 측 설명이다.
방역과 돌봄 로봇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대구시 남구청은 지난해 시설장애인 자립을 위한 통합돌봄 주거모델 무장애 주택 시범사업을 진행하며 KT AI 케어로봇을 도입하는 등 지자체 도입사례도 늘고 있다. AI 케어로봇은 뇌 병변 장애와 외상 장애인 말벗이 되고 식사·복약 알람, 긴급 상황 알람 등 돌봄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모더 인텔리전스는 최근 시장조사를 통해 글로벌 방역로봇 시장 규모가 연평균 36.4%씩 성장, 2026년에는 33억1018만달러(4조185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