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이달 유럽연합(EU)의 8K·마이크로LED TV 관련 에너지효율 규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시정을 요구한다. EU의 에너지효율 규제가 8K·마이크로LED TV가 상용화되기 전인 2016년에 만들어진 만큼 시장과 동떨어진 규제라는 점을 지적한다. EU의 에너지효율 규제는 다른 국가에서도 벤치마킹할 수 있는 선도적인 규제로 꼽힌다. 우리 정부가 제도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오는 15일부터 나흘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에서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EU의 '전자·디스플레이 에너지효율 규제'를 특정무역안건(STC)으로 제기할 예정이다.
WTO TBT 위원회는 각국 기술 규제를 다루는 공식 기구로 164개 WTO 회원국이 참여한다. STC는 WTO 회원국이 자국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사안을 상대국과 전체 회원국에 공식 의제로 제기하는 방식으로 상대국에게 상당한 압박 효과를 줄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규제는) 4~5년 전부터 EU 측에 지속 개선을 요청한 사안”이라면서 “(이번 TBT 위원회에서) STC로 시행을 연기하거나 규제를 개선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내년 3월 강화된 전자·디스플레이 규제를 적용할 계획이다. 현재 고화질(HD) TV에 적용되는 기준인 에너지효율지수(EEI) 0.9를 4K 초고화질(UHD) 이상 TV에도 적용할 방침이다.
특히 그간 에너지효율 기준을 따로 적용하지 않았던 8K·마이크로LED TV에도 에너지효율 규제를 적용한다.
세계에서 TV 제조 기술력이 가장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전자·LG전자가 판매중인 8K·마이크로LED·고성능 4K TV 조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EU가 규제를 시행하더라도 고화질 TV 수출은 가능한 상황이다. 지난달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8K협회가 EU 집행위원회 에너지총국과 '최대 밝기'보다 '낮은 밝기'로 시험하는 방안을 협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EU의 에너지효율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향후 우리 기업에게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정부는 특히 이 규제가 당장 내년 3월 시행하기에는 상용 TV 기술과 동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EU는 2016년 '전자·디스플레이 에너지효율 규제' 초안을 발표했다. 일본 샤프가 8K TV를 첫 상용제품으로 출시한 2017년보다 약 1년 전에 규제를 만들었다. 업계 선도업체인 삼성전자가 8K TV를 첫 출시한 2018년보다는 2년 전 기준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EU 에너지효율 제도 규제를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U 에너지효율 제도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도 선도적이어서 다른 나라에도 상당한 파급효과를 지닌다. 규제 개선을 하지 못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EU 제도를 그대로 이식할 수 있다. 최근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로 개발도상국도 에너지효율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표>유럽연합(EU) 전자·디스플레이 에너지효율 규제
* HD : 2,138,400 화소
** UHD-4K : 8,294,400 화소
자료: 국가기술표준원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