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은 늘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기 위해 인간은 어둠 속 위험이 될 존재에 대한 위기와 경계 의식을 본능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밝은 태양 빛 뒤에 숨어 은밀하게 접근하는 위험에 대해선 이러한 경계 의식을 좀처럼 갖기 어렵다. 태양 빛 속에 숨어 이제까지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지구 근접 소행성'이 그런 존재다.
태양 빛 속에 숨어 지구에 근접하고 있는 위험 소행성의 존재가 최근 확인됐다. 미국 카네기 과학연구소 지구·행성실험실 천문학자 스콧 셰퍼드 박사의 국제연구팀은 태양계 안쪽에 숨어 있는 지구 근접 소행성 3개를 발견하고 이를 최근 천문학 저널(The Astronomical Journal)을 통해 발표했다.
소행성은 인류에게 있어 우주과학 연구를 위한 중요한 대상이다. 단단한 금속 및 암석으로 이뤄진 소행성은 지구에 없거나 부족한 희귀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광맥'의 가능성으로 오랫동안 주목받아 왔다. 먼 미래에는 소행성 연구를 통해 우주탐사 과정에서 직접 연료를 채취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까지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자원 속성에 앞선 소행성의 본 모습은 '재앙'이다. 과거 지구의 공룡을 멸종시켰던 것은 지름 10㎞ 소행성이었듯 태양계를 떠도는 수많은 소행성은 인류에게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위험이기도 하다.
연구팀이 이번에 발견한 소행성은 모두 3개로 이 가운데 1.5㎞ 크기 '2022 AP7'이 이 같은 위험에 가장 근접한 소행성이다. 연구팀이 관측한 결과 2022 AP7은 지구 공전 궤도와 교차하는 궤도를 가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다가올 미래에 지구와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과 전문가의 분석이다.
2022 AP7과 같이 크기 1㎞가 넘는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게 되면 10㎞ 이상 충돌구를 만들고 문명을 붕괴시킬 수 있는 재앙을 가져온다. 소행성 충돌에 따라 발생하는 먼지 등 오염물질이 수년 동안 지구 대기권을 채우면서 지구 온도를 극한까지 낮추고 이로 인해 생명체 멸종의 결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22 AP7과 같은 소행성을 '행성킬러', 잠재적 위험 소행성으로 분류한다. 2022 AP7은 지난 8년 동안 발견된 잠재적 위험 소행성 중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행성킬러 발견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2022 AP7은 태양계 안쪽 소행성으로 태양 빛으로 인해 관측하기가 무척 까다로운 존재다. 실제 2022 AP7과 같은 위치인 소행성은 현재까지 25개에 불과할 만큼 그 존재가 베일에 싸여있다.
이는 소행성 등을 관측하기 위한 우주망원경의 민감성으로 태양을 향한 직접 관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태양계 안쪽에 희미한 형상을 관측하기 위해선 더 넓고 깊은 관측용 이미지가 필요하지만, 태양 빛 광량과 더불어 지구 대기로 인한 이미지 왜곡으로 쉽지 않다. 이로 인해 미처 관측하지 못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키 상공에서 관측이 안 된 소행성이 폭발하면서 히로시마 원자폭탄의 26~33배에 달하는 충격파가 발생, 1500여명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이다.
결국 2022 AP7과 같은 은밀한 위험을 인지하기 위해선 이를 관측할 수 있는 과학기술이 요구된다. 현재 태양 빛에 가려진 소행성을 관측 가능한 곳은 칠레의 인터-아메리칸 천문대 초민감 암흑에너지카메라(DEC) 뿐이다. 이에 반해 천문학계는 지구 충돌로 인해 대규모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지구 근접 조건 소행성 중 채 절반도 발견하지 못한 수준일 것으로 추산하면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