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물가가 전년 대비 5.7% 상승하면서 오름폭을 다시 키운 가운데 당분간 물가 둔화가 나타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에서 언급한 물가 정점 시점을 무색하게 했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21(2020=100)로 지난해 10월 대비 5.7% 올랐다.
10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세 달 만에 다시 상승폭을 키웠고 근원물가도 5%에 근접하게 상승했다. 물가는 지난 7월 6.3%를 기록했으며 8월 5.7%, 9월 5.6%로 점차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오름폭을 키웠다.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률을 견인했다. 전기·수도·가스 품목은 23.1% 오르며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풀 꺾이긴 했지만 석유류 가격 역시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 10월 석유류 가격은 작년 대비 10.7% 올랐다. 석유류 상승률은 지난 6월 39.6%에서 7월 35.1%, 8월 19.7%, 9월 16.6%로 점차 둔화되는 추세다.
10월은 정부가 물가 정점으로 예상한 시점이었으나 상승률만 놓고 보면 7월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훈 통계청장은 앞서 국정감사에서 “현실적으로 7월이 가장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7월 정점이 힘을 받고 있지만, 정점 논란이 무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가 정점이 7월이든, 10월이든 이미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훌쩍 넘긴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의 기조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올라 10월에는 4.8%를 기록했다.
공공요금과 환율 상승 등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6%대 물가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본다. 10월 기대인플레이션도 9월의 4.2%에서 4.3%로 다시 상승했다. 다만 정부에서는 물가가 다시 6%로 오르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는 상황이다. 통계청은 “(물가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 기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물가상승세는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상당기간 높은 수준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김장철 채소류 수요 확대, 환율 및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등 대내외 리스크도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도 소비자물가가 내년 1분기까지 5%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물가는 필연적으로 금리 인상으로 이어진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금리가 오르면 소상공인과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부담도 급격한 속도로 오르게 된다. 수출이 감소하는 가운데 소비도 감소하면 경제는 외부와 내부의 성장 동력을 모두 잃게 된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