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상재해를 보면 심각한 가뭄, 역대 최대 강우량, 100년 만의 홍수, 강한 태풍 등 과거 경험하기 어려운 재해가 일상이 돼 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매년 대기 중 온실가스는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고 국내외 연구기관에서 21세기 후반까지 극한 고온과 강수 현상,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극한 기후가 발생하면 정부 기관에서는 기상예보 정확성이나 건축물과 하천·항만 시설물 풍속, 강우량, 홍수량, 조위(해수면 높이) 등 설계기준을 강화해 피해 경감과 대응 방법 향상에 힘써 왔다.
그러나 비용과 시간이라는 경제적인 한계가 있어 극한 호우와 태풍 발생 때마다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여름철 홍수 사고를 보면 서울과 경기, 충북에 10~30년 빈도로 설계된 배수로와 80년 빈도로 설계된 하천에 100~500년 빈도 강우가 내려 도로가 하천이 되고, 하천이 범람하는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기상재해가 반복되고 있다. 저지대, 고지대 할 것 없이 피해가 발생하고 있고 과거에 큰 피해가 없었던 지역은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며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은 과거 재해를 잊어버려 사고가 재발하기도 한다.
다만 여기서 명심할 것은 이러한 기상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방법으로 사고를 완전히 막는 것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그럼 기상재해로부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짚어 보기로 하자.
첫째, 자신이 있는 곳의 재해 위험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주거 지역이나 산업시설, 건설현장 출입문이 주변 도로보다 낮아 침수 위험이 있는지, 주변에 강풍이 발생하면 비산하거나 파손될 물건이 있는지, 인접한 사면과 옹벽은 안전한지 등 위험 파악이 필요하다.
국가수자원관리 종합정보시스템 하천기본계획보고서로 인접 하천의 강우량별 범람 위험을 파악하고 산림청 산사태정보시스템을 통해 산사태 위험을 파악할 수 있다는 걸 알아두면 좋다. 특히 주거 시설에서는 구청이나 시청에 문의해 침수 위험을 확인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둘째, 비상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재해가 발생하면 대피나 대응 등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할 수 있으니 미리 계획을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산업시설이나 건설현장은 비상대응팀을 구성하고 상황별 대응과 훈련 방법, 시설물 안전대책 등을 마련해야 하고 주거 시설이라면 가족 간 역할 분담과 비상연락처를 사전에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재해 대비 시설 설치와 점검이다. 차수·배수시설 등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설 설치와 함께 재해가 발생하면 정상적인 가동이 되도록 성능 및 유지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상재해를 대비한 현장 안전점검 및 사전대비 활동은 사고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실제로 지난 8월 '역대급' 집중호우에도 사전에 대비한 사업장과 아닌 곳에서 피해 여부와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나타났다.
예를들어 서울 강남권에 위치한 한 건설현장의 경우, 기업안전연구소에서 진행한 홍수위험 컨설팅을 통해 사전에 대비를 할 수 있었고, 주변 지역 아파트 침수 상황에도 불구하고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컨설팅 결과에 따라 현장 내 지표수 유입방지, 침사지(침전법에 의한 토사를 제거하는 연못)·배수펌프 용량 결정, 수방자재 적재적소 배치 등 안전 권장사항에 대해 즉시 현장 개선을 실행한 결과였다.
재해를 알고 겪는 것과 모르고 겪는 것은 차이가 크다. 또 과거 사고를 기억하지 못하면 사고는 언제든 재발하게 돼 있다. 위험 파악, 비상계획 수립, 정기 점검 등 세 가지를 명심하고 실천해 재해로부터 안전을 지키길 바란다.
김경희 삼성화재 기업안전연구소 수석연구원 hydrolog.kim@sam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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