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화어. 어려운 말이나 비규범적인 말 혹은 외래어를 알기 쉽게 또는 우리말로 바꾼 것을 의미한다. 물론 아직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것도 있다. 요즘 대세어 디지털도 개중 하나인 듯싶다. 국립국어원에서 검색하면 순화어는 정해지지 않은 듯 보인다. 단지 디지털이 자료를 수의 값 혹은 0과 1이라는 2진수로 표현하는 것이라 하니 누군가 참신한 우리말로 제안해 봄직도 하겠다.
혁신이란 변화를 의미한다. 그러니 혁신학이란 변화와 그 원인에 관심 갖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런 변화를 만드는 것 중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기술이다.
어느 비즈니스든 떠올려보자. 그곳엔 자원 수집에서 시작해 고객, 시장 혹은 기업에게 이것들을 전달하는 것으로 끝나는 정형화된 가치사슬이 있다. 업계 최고 기업들이 이걸 최적화해 왔고 여기엔 다른 틈이 없어 보이지만 새로운 기술은 이걸 진부하게 만들고 필요 없게 만들기도 한다. 셀룰러 기술은 통신 가치사슬에서 전화선의 유용성을 없애버린 것처럼 말이다.
기술은 새로운 비즈니스의 창조와 이것이 만드는 파괴의 과정도 설명한다. 실상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슈퍼마켓이란 것이 바로 이 예다.
1930년대 이전 미국에선 주부는 매일 정육점, 채소가게, 빵가게를 돌아다녀야 했다. 이런 맘앤팝 식료품점은 몇 가지 제품만 취급했다. 1930년 크로거(Kroger) 점장으로 있던 마이클 컬렌(Michael Cullen)은 본사에 제안을 하나 한다. 셀프 서비스 방식으로 운영하는 거대한 규모의 매장을 열자는 것이었다.
그는 수십 개의 동네 상점보다 더 많은 제품을 취급하면서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고 했다. 본사는 이 제안을 무시하고 컬렌은 사표를 던진다. 컬린은 뉴욕 퀸스에 킹 컬렌 식료품이란 세계 최초의 슈퍼마켓을 연다. 고객 제안은 “세계 최고의 가격 파괴자”란 슬로건 만큼이나 명확했다. 그의 모토인 “높게 쌓아서 싸게 팔아라”는 간단하지만 분명한 경쟁 전략이 됐다. 1936년 무렵 미국 북동부 전역에 17개 매장을 둘만큼 승승장구한다.
흥미로운 스토리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크로거의 사장 출신 윌리엄 앨버스(William Albers)는 1933년 신시내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앨버스 슈퍼마켓을 연다. 그리고 이것은 슈퍼마켓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최초의 매장이 된다.
거기다 컬렌의 선택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얘기도 한 가지 더 있다. 실상 컬렌은 기술의 변화를 보고 있었다. 이 시기 고객들은 점점 자동차와 냉장고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들은 조만간 매일 정육점과 빵집으로 가는 번거로운 여정을 포기할 거라고 봤다.
컬렌은 크로거에 넉넉한 주차 공간을 두기 위해 도심에서 몇 블록이나 떨어진 곳에 새 매장을 둬야 한다고까지 했었다. 훗날 크로거는 자동차 75대를 수용할 주차장을 처음으로 짓는다. 그리고 이런 슈퍼마켓은 모든 곳으로 퍼져나가고 1939년이 되자 4982개의 슈퍼마켓이 운영되고 있었다.
누군가는 슈퍼마켓을 규모의 경제의 결정체라고 보기도 한다. 하지만 식품 유통, 대량 상품화 및 가격 경쟁을 촉발했고 더 적은 소득을 먹는데 쓰는 대신 교육과 후생에 더 많이 쓸 수 있도록 했다. 당신이 혁신을 경외한다면 기술 진보라 불리는 물결에 눈뜨기 바란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