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자원순환, 포장재 '탈(脫) 플라스틱'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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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

플라스틱은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선물이자 최악의 산물'이다. 가볍고 견고하다는 유용성과 편리함을 장점으로 인류 삶의 질을 높인 최고 소재임과 동시에 폐기 시 잘 썩지 않고 땅과 바다에 그대로 남아 환경오염과 생태계 파괴 주범으로 꼽히며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실제로 플라스틱은 생산하는 데 5초, 사용하는 데 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분해되는 데는 500년 이상이 소요된다. 500년까지 견디는 폐플라스틱은 완전히 분해되는 것도 아니다. 미세플라스틱으로 잘게 부서져 토양, 담수 및 수돗물에 스며들거나, 생물 체내에 축적돼 먹이사슬에 따라 인류에게 돌아오는 등 해양, 육지 가릴 것 없이 심각한 오염을 초래한다.

지난 3년간 이어졌던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플라스틱 폐기물 처리 문제는 더욱 악화됐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배달 및 택배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일회용품 사용량이 덩달아 급증했다. 감염병 속도만큼 빠르게 늘어난 폐마스크도 소각 시 유해 물질이 배출돼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 3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는 탄소중립과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생산 및 유통 단계의 자원순환성을 강화하고, 친환경 소비를 촉진하며, 폐자원 재활용을 확대하고 순환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요지다. 이를 통해 폐기물 소각 및 매립을 최소화하고 자원 순환을 통해 산업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한편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K)-순환경제 이행계획에 따라 최근 업계를 막론하고 순환경제의 패러다임을 구축하고자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을 위한 용기 다양화, 탄소중립을 위한 재활용 강화, 친환경 소비 촉진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다.

생활용품업계 경우 일상에서 매일 사용하는 제품을 다루는 만큼 플라스틱 절감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추세다. 생활 속에서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플라스틱을 줄이고 친환경을 실천할 수 있도록 포장재에 다채로운 변화를 주고 있다.

방법도 다양하다. 생활용품업계는 전문 종합 포장재 기업과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자사 제품 내 친환경 포장 비율을 높이거나 직접 친환경 포장 소재 공동 개발에 앞장서기도 하고, 공병을 다시 수거해 새로운 자원으로 재활용하기도 한다.

생활공작소도 플라스틱 절감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우선 핸드워시 제품을 종이 소재의 친환경 패키지로 새롭게 담아낸 '핸드워시 백 인 박스'를 출시하며 플라스틱 배출량을 대폭 절감했다.

제품은 3Lℓ 핸드워시 용액을 동봉된 500㎖ 공용 용기에 덜어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250㎖ 용량 본품 12개와 같은 용량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기존 대비 90% 이상 줄인 셈이다.

재생 플라스틱의 활용도도 높였다. 제품 용기에 발색도는 좋으나 재활용에 취약한 기존 PET 소재 대신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PCR PET 소재의 활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생활공작소의 대표적인 친환경 제품인 '주방세제 에코팩'에는 PCR PET를 50% 섞어 만든 용기를 사용해 환경 부담을 줄인 바 있다. 구성품으로 함께 제공되는 리필형 주방세제를 사용할 경우, 기존 자사 용기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을 75.5%가량 절감할 수 있다.

배송 단계에서 종이 완충재 포장은 이제 흔한 일이다. 지속 가능한 유통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생활공작소는 일찌감치 2019년 6월부터 제품 파손을 막기 위해 사용되는 비닐 에어캡 대신 종이 완충재를 도입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천하는 산림에서 생산된 목재 제품임을 증명하는 FSC(산림관리협의회) 인증 제지를 활용했다.

소비자의 일상을 함께하는 생활용품 업계는 '친환경'과 '탈(脫) 플라스틱'이라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해 있다. 생활공작소는 '기본을 지킵니다, 생활을 만듭니다'라는 철학 아래, 설령 눈에 띄지 않더라도 용기의 심미적 요소보다는 환경적 요소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을 지키기 위해 더하기 보다는 빼는 전략을 통해 본연의 기능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친환경을 넘어 필환경의 시대가 도래했다.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중심으로 플라스틱 절감과 탄소중립 달성이 핵심 과제다. 팬데믹 이후 환경에 대한 인식이 더욱 높아짐에 따라 소비자들은 제품 구매 시 친환경적 요소를 더욱 중시하는 '그린슈머'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는 환경을 필수적으로 고려한 탈(脫) 플라스틱 포장재로 소비자가 일상에서 만족하며 사용할 수 있도록 생활용품 업계의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김지선 생활공작소 대표 ceo@saengo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