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3억 '쩐의 전쟁' 최종전... 변화 요구받는 PGA의 선택은?

2억2500만달러(한화 3183억원)가 걸린 '쩐의 전쟁'이 마지막 대회만 남겨두고 있다. 한 대회에 걸린 상금만 5000만달러로 PGA투어 대회 최대상금의 2.5배에 달한다. 방식도 독특하다. 프로골프대회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개인전이 아닌 팀전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단순한 이벤트 행사가 아닌 시리즈 정식대회 최종전을 팀전으로 치르는 건 처음이다. 오일머니를 등에 업고 세계 프로골프 무대에 '돈맛'을 제대로 보여준 LIV골프 시리즈 최종전이 다가왔다. 말도많고 탈도많았지만 결국 시리즈를 치러낸 LIV골프의 다음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IV골프 시리즈 최종전인 LIV 팀 챔피언십은 28일부터 사흘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트럼프 내셔널 도랄(파72)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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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미국 마이애미주 트럼프 내셔널 도랄 골프장에서 열린 LIV골프 시리즈 최종전 기자회견 모습. 브룩스 켑카, 필 미켈슨, 카메론스미스, 버바 와슨 등이 참석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4인 1조 12개팀, 사흘간 708억원 걸린 역대급 팀매치 열려

LIV골프 팀 챔피언십은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사흘 대회에 걸린 상금만 5000만달러(한화 708억원)다. 대회 방식도 독특하다. LIV골프가 PGA투어는 물론 기존 프로골프투어와 차별화를 위해 내세운 팀전으로 치러진다. 지난 7차례 대회에서는 개인전(대회별 2000만달러) 성적을 바탕으로 각 선수들이 속한 팀의 성적을 매겨 대회별 포인트에 따른 대회별 팀 상금(대회별 500만달러)을 팀 순위에따라 별도로 받았다. 최종전인 이번 대회는 개인전 없이 팀 경기로만 진행된다. LIV골프는 시리즈 첫 대회부터 선수들이 4인 1조의 팀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지난 7차례 대회에서 팀 포인트 1위를 달리고 있는 팀은 더스틴 존슨이 이끌고 있는 4에이스(152포인트)다.

최종전 진행방식은 한국프로야구(KBO) 무대의 플레이오프와 비슷하다. 팀간 일대일 승부가 아닌 다수팀이 한번에 경기를 치르는 게 다를 뿐이다. 이전 7개 대회에서 쌓은 포인트에 따라 12개 팀에 부여된 시드를 바탕으로 하위팀(5~12위)은 대회 첫날부터 경기를 치른다. 싱글매치 2경기와 포섬(2인 1조로 1개 볼을 번갈아 치는 경기방식) 1경기로 승부를 가리는 데 여기서 승리한 팀이 다음날 1~4번 시드 팀과 격돌하는 순서다. 대회 최종일에는 마지막 4개 팀이 2인 1조로 스트로크 플레이로 순위를 가린다. 개인별 18홀 스코어를 합산, 가장 낮은 스코어를 기록한 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한다.

보상도 확실하다. 우승 팀은 1600만달러(한화 226억원)를 받고 2위 팀도 1000만달러(한화 141억원)를 챙길 수 있다. 12개 팀 중 하위권인 9~12위 팀에게도 100만달러(한화 14억원)씩 주어진다. LIV골프 시리즈 최종전에 출전하기만 해도 최소 25만달러(한화 3억5천만원) 상금이 보장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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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골프 이적을 선택한 더스틴 존슨이 자신이 이끌고 있는 4에이스팀 간판앞에서 연습하는 모습. 4에이스팀은 152포이트를 기록하며 현재 LIV골프 팀 순위 1위에 올라있다.

PGA아성 '흔들'... 돈맛에 홀린 스타들

LIV골프의 등장과 함께 프로골프 시장이 요동쳤다. 수백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이적료가 뿌려지며 프로골프 시장에 '이적' 이라는 표현이 쓰이기 시작했다. LIV골프가 PGA투어에서 스타 선수들을 빼오기 위해 뿌린 사이닝 보너스만 10억달러(한화 1조414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필 미켈슨이 약 2억달러를 받고 LIV골프 이적을 결심했고 더스틴 존슨은 1억2500만달러 몸값에 사인하는 등 PGA투어를 주름잡던 선수들이 속속 천문학적인 사이닝 보너스에 이적을 선택했다.

PGA투어도 덩치를 키우며 LIV골프 견제에 나섰다. 소송전을 불사하며 LIV골프로 이적한 선수들에 대한 PGA투어 대회출전을 금지했고 대회 총상금 인상과 함께 스타급 선수들을 붙잡기 위한 당근책을 꺼내들었다. 시즌 총상금을 4억2700만달러(한화 6077억원)로 크게 늘리고 최고의 영향력 선수 프로그램(PIP:Player Impact Program)을 강화한 게 대표적이다. PIP는 PGA에 가장 많은 기여를 한 선수 10명에게 총 4000만달러(한화 569억원)를 지급하는 보너스 제도로 PGA가 선정한 5개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데 타이거 우즈는 이 제도를 통해 1위(800만달러)의 보너스를 챙겼다.

LIV골프의 출현으로 PGA의 아성이 흔들린 건 주목할만 하다. PGA는 그 동안 말 그대로 전세계 프로골프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상금을 쫓아 전세계 스타선수들이 PGA투어 무대를 갈망했다. 그렇게 쌓인 전통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만큼 변화에 인색했던 게 사실이다. LIV골프가 그런 PGA투어의 견고한 성에 균열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필 미컬슨과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등 세계적으로 이름값 높은 선수들이 대거 LIV골프로 이적하며 이전과 달리 PGA투어의 아성이 흔들렸다. 천문학적인 계약금 때문으로만 치부하긴 어렵다. 매 대회 동일하게 치러지는 빡빡한 스케줄과 치열한 경쟁이 만든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LIV골프, 더 화끈하게 맹공예고 속 신중론 여전

LIV골프의 공세는 2023시즌에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내년 시즌 LIV골프 시리즈는 올해(8개 대회)보다 6개 대회가 늘어난 14개 대회가 시리즈로 치러진다. 시즌 총상금 규모가 3억7500만달러(한화 5337억원)를 넘어서며 대회 수를 고려하면 PGA투어 전체 시즌 규모를 넘어선다고도 볼 수 있다. 게다가 LIV골프만의 메이저대회 창설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알 소로르 사우디아라비아 골프협회 회장은 지난 19일 미국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 선수들을 위한 자체 메이저 대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LIV골프 소속 선수들에 대한 메이저대회 출전권 및 세계랭킹 포인트관련 PGA와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공존이 어렵다면 독자 생태계 구축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회별 참가선수 숫자 변화가 없지만 승강제 도입도 눈에띈다. LIV골프는 지난 7월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통해 승강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리그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로축구 무대의 승강제 개념이다. 상위리그에 하위권 선수가 하위리그로 강등되고 하위리그 우승권 선수가 상위리그로 올라오는 이 방식은 리그의 긴장감은 물론 재미를 키우는 주요 요소로 꼽힌다. 구체적인 승강제 방식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시아 지역으로의 확장은 물론 이를 통해 새로운 선수들에게도 기회를 제공하며 시리즈에 대한 재미를 키우겠다는 복안인 셈이다.

막대한 상금과 색대른 재미. LIV골프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신중론도 무시할 수 없다. 정치적 문제부터 사회적 이슈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런 문제는 LIV골프의 자금줄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얼마나 큰 자금을 굴리냐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PGA 역시 LIV골프를 견제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워싱을 적극적으로 부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제 관심은 2023시즌으로 옮겨지고 있다. 더 막강한 자금력과 다양한 재미거리로 무장한 LIV골프의 공세를 막아내기 위한 PGA의 대응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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