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 실책 수습' 최우선 과제로
우크라전 여파 에너지 부족 문제 등
경기 침체 극복 막중한 임무 맡아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57대 총리로 정식 취임했다. 영국 역사상 첫 백인이 아닌 총리이자 210년 만의 최연소 총리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가 경제정책 실패 책임을 지고 도중 하차하면서 그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이어 받았다. 경제통으로 꼽히는 수낵 총리 앞에는 트러스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 인플레이션 장기화, 급변하는 국제정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첩첩산중이다.
영국 총리실은 25일(현지시간) 수낵 총리가 버킹엄궁에서 찰스 3세 국왕을 알현했다고 밝혔다. 찰스 3세는 내정자를 만난 자리에서 내각 구성을 요청한 후 총리 취임을 승인했다. 지난달 왕위에 오른 찰스 3세가 처음 승인한 내각 수장이다. 이후 수낵 내정자는 관례에 따라 다우닝가 10번지 총리실 앞에서 취임 연설을 했다.
수낵 내정자는 총리 취임과 동시에 전임 트러스 정부의 그림자를 걷어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러스 전 총리는 450억파운드(약 72조8000억원) 규모 감세안을 추진했지만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 폭락을 불러오면서 영국 경제에 대혼란을 초래했다. 이는 결국 트러스 전 총리의 영국 역사상 최단기(44일) 사임으로 이어졌다.
수낵 총리는 당선 후 “(영국이) 심각한 경제위기에 직면했다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안정과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낵 내정자가 지난 여름 내건 공약을 그대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그는 감세안에 앞서 인플레이션을 억제해야 한다며 법인세율을 19%에서 25%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또 공공의료 재원 확충을 위해 국민보험 분담금 비율을 1.25%P 인상하겠다고 했다. NYT는 트러스 정부에서 대폭 늘어난 국가 부채가 수낵 정부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러스 정부의 감세정책 탓에 수낵 내정자가 정부 지출 감축에 관련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영국 재무부가 오는 31일 약 400억파운드(약 64조8000억원)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일부 세금을 인상하는 등 긴축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은 다가오는 겨울이 수낵 정부에 또 다른 어려움을 가져올 것으로 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인건비를 높이며 경제 침체를 촉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 파업도 풀어야 할 과제다.
한편 수낵 총리는 지난 2015년 하원의원에 당선되며 정계에 발을 들였다. 지난 여름 집권 보수당 대표 경선에서 선두를 차지했지만 당원 투표에서 트러스 전 총리에게 1위를 내주며 고배를 마셨다. 당시 트러스 전총리의 감세 기반 성장책을 '동화 같은 이야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