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메타버스 산업은 거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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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교수

지난해 미국의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되면서 기업 가치 총액이 40조원을 넘어섰다. 페이스북도 메타로 사명을 바꾸는 등 메타버스 전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세계적인 유수의 연구기관도 메타버스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30년까지 5조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최근 로블록스, 메타를 비롯한 메타버스 관련 회사의 주가가 크게 떨어지면서 거품 논란이 거세다. 팬데믹 상황에서 차세대 산업으로 각광받았지만 실체 없이 투기자금만 몰린다는 비판도 있다. 과연 메타버스 산업은 거품에 불과할까.

메타버스에 기대를 많이 하고 로블록스나 제페토에 들어가 보면 실망하기 쉽다. 10대 사용자에게는 인기가 높지만 기존 게임에 비해 그래픽도 단순하고 스토리도 없다. 메타에서 출시한 메타버스조차도 기존 다중역할수행게임(MMORPG)에 비하면 그래픽이나 스토리에 한계가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와 기존 게임의 큰 차이는 직접 게임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게임을 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를 이용하여 놀이터에서 놀듯 단순한 게임을 함께 친구들과 어울린다.

많은 Z세대에게는 메타버스가 현실생활보다도 중요하다. 가상세계에서 아바타를 꾸미는 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직접 만든 아이템을 팔아 돈을 버는 등 경제 활동도 한다. 여기서 블록체인과 대체불가토큰(NFT)은 메타버스 내에서 신뢰를 구축하는 기술로 활용된다. 이 기술은 복잡한 가상세계에서의 거래 과정을 기록하고 자산을 추적하여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분산된 데이터 원장을 통해 구현된다. 즉 블록체인과 NFT 기술은 메타버스 내 가상경제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는 단순 게임 플레이에서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가상세계 전반으로 경제 영역이 확장됐다. 따라서 대체 투자자산 역할을 할 수 있는 NFT가 거래 수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메타버스 내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용자 간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이런 사용자 간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술로 평가된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NFT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여전히 가상자산 거래의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메타버스는 현재 산업이 형성되고 있는 초기 단계로, 불확실한 가상자산의 가치 변화 위험이 있다. 게다가 익명성과 비밀성이 보장되는 NFT 거래는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명한 거래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메타버스 비즈니스 모델 변화는 기술 발전과 맞물리며 진화하고 있고, 금융 거래가 메타버스 활성화에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 간 거래는 물론 불공정 거래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

블록체인 기술은 세계적 기업들도 속속 도입하고 있다. IBM의 경우 블록체인 플랫폼 및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공급망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유통업체, 제조업체, 소매업체는 자체 데이터 및 네트워크는 물론 공급업체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를 하이퍼레저(Hyperledger) 기반 블록체인에 통합한다. 아마존 역시 QLDB(Quantum Ledger Database)를 이용하여 투명하고, 변경이 불가하며, 암호화로 검증 가능한 원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센트랄랜드는 블록체인 기반 게임으로 부동산, 작품 등을 사고팔 수 있는 가상현실 공간을 제공한다 사용자는 중계자 없이 땅 위에 콘텐츠를 제작해서 판매하며 수익을 얻는다. 사용자 자신이 선택한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는 가상세계 비즈니스 생태계가 구축된 것이다.

국내 게임사인 위메이드에서 출시한 MMORPG인 미르4 글로벌에서 사용되는 재화 흑철은 현금화가 가능하고, 실질적인 가치인 원화를 획득한다. 흑철은 게임머니로서 토큰에 해당하는 드레이코와 교환된다. 이 드레이코는 다시 현실과의 매개체이자 토큰 경제의 통화인 위믹스로 변경된다. 빗썸 등 코인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는 위믹스를 매도하면 이를 현금화할 수도 있다. 다만 국내에서 환금성이 있는 P2E(Play to Earn) 게임은 사행성을 이유로 등급 분류가 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정부는 메타버스 내 게임에 대해 게임법을 적용해야 할지 메타버스 신사업발전을 고려해서 기존 게임 규제에서 배제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로블록스에서 사용자가 만든 게임은 3000만개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많은 게임에 대해 등급 분류를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을 적용한 교육, 의료 등 응용 콘텐츠는 또 어떻게 심의할 것인가.

역사를 돌아보면 25년 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도입과 산업 전환을 가속화했다. 10년 내 메타버스의 산업 연관 효과는 300조~500조원으로 추정된다. 수십조원 규모의 게임산업보다 훨씬 큰 규모의 신산업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거시적 관점에서 정책당국은 게임법을 메타버스 산업에 적용하는 규제 우선정책을 펴기보다 전 세계적인 경제 불확실성 아래에서 국가경제 전략으로 메타버스 산업 접근방법에 대해 연구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벤처창업학회 회장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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