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달러'에 달러보험 해지가 급증하고 있지만 생명보험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달러보험 출시를 준비하던 국내 생보사는 고환율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상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달러보험은 보험료 납입과 보험금 수령을 모두 달러로 하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연금이나 종신보험 두가지로 판매 중인데 10년 이상 장기 가입이 대부분이다. 만기 때 환율이 높으면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국내에선 메트라이프생명, AIA생명 등 외국계 보험사가 주로 판매한다. 외국계에서 KB금융에 인수된 푸르덴셜생명도 판매 중이다. 국내 생보사 중엔 삼성생명이 2020년 첫선을 보였고 DGB생명, 신한라이프 등이 뒤를 이어 달러보험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강달러 기조에 따라 달러보험 해지가 급증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초 1200원대에서 현재 1400원대로 20% 가까이 오르자 상승한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가입자들이 해지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달러보험 해지 건수는 2만439건으로 지난해 전체 1만9718건을 넘어섰다. 반대로 가입 건수는 줄었다. 올 8월까지 달러보험 신계약건수는 2만5696건으로 지난해 전체 7만4418건에 크게 못 미쳤다.
달러보험에 가입할 땐 환차익을 기대하지만 평균 가입유지 기간은 1.3년, 환급률도 3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보험을 판매하는 생보사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강달러에 달러보험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지만 가입 유치는 잘 되지 않고 있다”며 “기존 고객 중 일부는 환차익을 위해 해지하고, 신규 고객은 환율이 내리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 규제에 따라 가입 유치에 마냥 드라이브를 걸 수도 없다. 지난해 12월 금융당국은 달러보험을 판매할 때 소비자가 가입할 이유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토록 했고, 환율 변동에 따른 예상 보험료, 보험금, 해지환급금을 수치화해 보여주는 걸 의무화했다.
아울러 달러보험 모집수수료가 표준해약공제액의 100%를 초과할 경우 계약체결비용을 공시하도록 명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달러보험을 준비하던 국내 생보사도 출시 여부를 재검토 중이다. 한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달러보험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품 개발, 정보기술(IT) 시스템 도입 단계까지 가지는 못하고 있다”며 “내년이 돼봐야 출시 여부를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