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에너지 안보·탄소중립 전환 <9>덴마크 '녹색전환' 현장을 가다(하)
덴마크는 이해관계자들이 신뢰를 갖고 참여하도록 탄탄한 에너지 제도를 구축하면서 녹색전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었다. 해상풍력발전 인·허가 과정에서 단일창구를 만들어 사업자 부담을 줄인 '원스톱 숍(One-stop shop)' 법, 재생에너지가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전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구축한 실시간 비용 기반 전력시장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우선 덴마크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원스톱 숍 법이 있다. 덴마크 원스톱 숍 법은 복잡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인·허가를 단일 전담창구로 간소화한 점이 특징이다. 덴마크 에너지청(DEA)이 범부처 권한을 조율하는 코디네이터 역할로 참여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입찰 과정을 지원한다. 사전에 해상풍력발전이 가능한 입지를 계획하고 정보 조사도 한다. 복잡한 인·허가를 거쳐야 하는 해상풍력발전단지 발굴·개발을 덴마크 에너지청이 '단일창구'로 입지개발 과정을 지원한다.
소렌 헤테브뢰게 한센(Søren Hetebrgge Hansen) 덴마크 에너지청 고문은 “덴마크 원스톱 숍은 특정 부처가 권한을 양도받지 않고 각 부처가 각 권한을 유지한 채로 조율한다”면서 “덴마크 에너지청이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면서 사업자 위험요인을 줄여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한덴마크대사관에 따르면 덴마크 원스톱 숍 법으로 공사 인·허가를 받는데 걸리는 소요 기간은 평균 34개월이다. 유럽 평균인 42개월과 비교해도 빠르다. 육상을 포함한 풍력발전단지 개발에 평균 6년 정도 소요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무엇보다도 풍력입지를 선정하는 초기 단계부터 이해관계자가 참여해 향후 불거질 수 있는 갈등을 미연에 막는다. 해상풍력개발과정에서 첨예하게 대립할 수 있는 덴마크 어민단체 또한 해상풍력발전단지 조성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어업권 침해로 받아들이는 우리나라와는 다르다.
올레 룬베르 라르센(Ole Lundberg Larsen) 덴마크어민협회 지속가능성 부회장은 “계획 부지 선정에 최대한 초반부터 어민이 참여하고, 개발 과정에서 어업에 대한 영향이 크다고 하면 대안 부지를 제시한다”면서 “(해상풍력발전단지) 부지를 선정하기 전에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재생에너지 발전이 주력 전원으로 편입된 전력시장도 갖췄다. 덴마크 계통 운영자인 에너지넷(Eniginet)에 따르면 덴마크 전력시장은 유럽 전력시장과 통합됐고, 실시간으로 입찰까지 할 수 있다. '하루전시장'에서는 발전사들이 발전량을 예측해야 하는데 인센티브를 활용해 예측 의지를 부여하고 있다.
울릭 뮐러(Ulrik Møller) 덴마크 에너지넷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재생에너지를 계통에 통합할 때 기술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전원이 경매시장에 진출하도록 제반 환경을 갖춰야 했다”면서 “(덴마크 전력시장은) 재생에너지가 가장 잘 팔릴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풍속이 올라가면 풍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가 많아 발전단가가 낮아지고, 석탄과 원자력은 급전순위에서 아예 빠진다”면서 “발전원이 친환경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고 경제논리에 의해서 환경만 맞춰주면 재생에너지가 (전력시장에) 통합된다”고 덧붙였다.
덴마크는 이미 연간 발전량 50% 이상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한다. 풍량이 좋으면 발전량이 100%를 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생기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는 인근 국가와 연결된 초고압직류송전(HVDC)으로 해결한다. 발전량이 남을 때에는 전력을 수출하고, 반대 상황에서는 전력을 공급받는다. 대표적으로 유연성 전원인 양수발전을 활용해 간헐성으로 인한 전력공급 불안정을 해결하고 있다.
뮐리 이코노미스트는 “오스트리아에 양수발전이 있어서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서 “풍력발전량이 많아서 가격이 떨어지면, 양수발전소 저수조로 물을 돌려놓는 등 방식으로 가격을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콜딩(덴마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