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혼저옵서예' VS '요코소'

일본 정부가 지난 11일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중단한 '무비자 입국'을 2년 7개월여 만에 재개했다. 하루 5만명으로 제한한 입국자 수 상한도 철폐했다. 일본과 사증면제 협정을 체결한 한국 등 세계 68개국(지역)의 국적자는 비자 없이도 관광, 친족 방문, 견학, 시찰, 단기 상용 등 목적으로 최장 90일 동안 일본에 체류할 수 있게 됐다.

일본이 장기간 굳게 걸어 잠근 대문을 열면서 한국 항공·여행 업계도 분주해졌다. 무비자 입국 재개 소식에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등 일본의 주요 도시로 향하는 항공기 좌석 예매율이 급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일본행 항공기 좌석은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코로나 쇄국' 해제 소식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곳은 뜻밖에도 '제주도'다. 제주도는 코로나19로 일본 등 주변국이 입국 제한 조치에 나서면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발된 내국인, 입국이 막힌 일본·중국을 대신해서 한국을 찾은 외국인이 제주를 대체 휴가지로 택했기 때문이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제주도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은 934만명을 넘어섰다. 지난해 대비 23.2% 늘었다. 같은 기간 외국인 관광객은 21.8% 증가한 3만8000여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제주도보다 일본”이라는 말이 벌써 들리고 있다. 무비자 입국 가능국인 데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이라는 기대감, 엔저에 따른 비용 절감 등을 고려하면 제주도보다 일본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제주 상권의 '바가지 요금' 논란이 일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늘었다.

제주에서 숙박시설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제주 렌트카는 (바가지요금이) 정말 심각하다. 성수기에 경차 1대를 24시간 빌리는 데 19만원이다”면서 “업계는 자정한다고 하지만 도민조차 회의적”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엔데믹(풍토병)화되면서 일본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속속 입국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억눌려 있던 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요 관광지·휴양지 중심으로 손님 모시기에 들이는 공이 대단하다. 제주도도 '코로나 특수'라는 단꿈에서 깨어나 새로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차별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바가지요금을 비롯한 부조리 행태를 걷어내는 것은 물론 인접국과 차별화한 관광상품을 개발하는 등 세계적 명소로 발돋움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실기한다면 앞으로도 제주 지역의 관광 산업은 일본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는 방문객에게 환영한다는 뜻으로 '요코소'(ようこそ)라는 말을 건넨다. 앞으로 많은 여행객이 요코소보다 '혼저옵서예(어서오세요)'라는 제주 방언을 더 자주 듣게 되기를 바란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