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K-미디어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방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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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한국 영상콘텐츠가 해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올해 '오징어게임'이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6관왕을 기록하면서 2020년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에 이어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의 높아진 글로벌 경쟁력을 전 세계에 분명히 보여 줬다. 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같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닌 작품도 해외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한국 영상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경쟁력 측면에서 이전보다 한 단계 올라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시장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성과가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린다. 디지털 미디어 중심의 산업 진흥이라는 정책 목표,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글로벌 도약이 구호로 제시된 적은 있지만 정작 국내 OTT는 높아진 비용과 악화한 투자 환경 속에서 어려운 분투를 이어 가고 있다. 기존 미디어 시장의 체질 개선을 위한 규제 개혁과 진흥 전략도 아직 말만 무성할 뿐 실질적 성과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통적으로 미디어 산업은 국내 사업자 중심으로 보호받는 시장이었고, 안락한 내수 시장에서 과점적 지위를 누리는 사업자를 제어하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작동하는 분야였다. OTT가 주도하는 시장의 변화는 내수 중심의 시장 질서에 지각 변동을 가져왔다. 넷플릭스는 이미 국내 1위 OTT 사업자로 떠올랐고, 주문형비디오(VoD) 월정액 등 기존 국내 미디어 비즈니스 전략은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우리가 콘텐츠 산업의 글로벌화가 가져올 성과를 기대하는 입장에서 글로벌 사업자의 국내시장 진출을 무턱대고 막기도 쉽지 않다. 시장 보호가 쉽지 않다면 대안은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야 한다. 우리 미디어 사업자가 글로벌 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을 위한 전략을 고도화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전환하고 지원해야 한다.

미디어와 콘텐츠는 자전거의 양 바퀴와 같이 발전에 서로 필수적이다. 지금 우리가 확인하는 콘텐츠 경쟁력도 기존 한국 미디어 시장 조건 속에서 마련된 것이다. 국내 미디어 산업의 토대가 흔들린다면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성과의 핵심 요소에도 균열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류와 한국 문화에 대한 서구 미디어의 관심은 국내 미디어 산업이 취약할 때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주요 콘텐츠 요소 시장이 글로벌 기업으로 빨려들어가는, 인력이 강화되는 흐름이 확대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플이 제작한 애플TV플러스 오리지널 '파친코'와 같은 작품은 한국 문화의 매력이 더 이상 한국 기업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 준다. 이러한 흐름은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대체될 수도 있다. 국내 미디어 기반이 없다면 한류는 한순간의 꿈과 같은 신기루가 될지도 모른다.

글로벌 미디어의 침투 확대 속에서 우리 미디어가 어떤 역할과 위치를 차지할지에 대한 위기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은 설익은 해외 진출보다 우리 제도의 기반을 더 자율적인 방식으로 바꾸는 작업, 낡은 규제를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작업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정책 변화를 어렵게 하는 중요한 요인은 '미디어' 개념이 한국 사회에서 너무나 손쉽게 정치와 연결돼 온 관행이다. 그럼에도 지난 20여년 동안 미디어 산업 발전을 고려한 제도의 정비를 위해 힘을 모은 순간들이 있었기에 현재 한국 콘텐츠·미디어 산업의 발전도 가능했다.

다시 한 번 제도 개선을 위해 힘을 모으고 새로운 변화를 일으켜야 할 때다. '미디어를 산업으로 진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긍정적 신호이며, 흔치 않은 기회다. 미디어 분야에 개선해야 할 낡은 제도와 규제를 확인하고 혁신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를 모으는 작업이 더 적극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교수 sky153@kno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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