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사태시 핵심 에너지를 운송하는 국가지정 필수 유조선이 재정당국 반대로 3년째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선박이 대체하지 못하는 유조선 특성을 반영해 국가필수선박에 대한 예산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소병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은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2020년부터 올해 9월 말까지 3년째 국가 필수선박의 목표 대비 유조선 지정 척수가 절반이 미달됐다”고 밝혔다.
국가필수선박 제도는 전쟁이나 비상사태 혹은 해운항만 기능에 중대한 장애가 발생할 시 국민 경제에 긴요한 생활물자와 군수물자를 원활하게 수송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국제 총 톤수 1만톤 이상이며 선령 20년 미만인 선박 중 군수품·양곡·원유·액화가스·석탄 또는 제철원료 운송선 중에서 선사 신청 후 심사를 거쳐 지정한다.
해양수산부는 2019년에 수행한 '국가필수선박 규모 및 손실보상 기준 개선방안 연구' 용역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선종별 목표 척수를 지정했다.
소 위원장이 해수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국가 필수선박 목표·지정 현황'에 따르면 국가 필수선박은 전체 88척이다. 그 중 △벌크선(목표 24척·지정 30척) △유조선(목표 12척·지정 6척) △가스선(목표 21척·지정 19척) △컨테이너선(목표 20척·지정 21척) △자동차선(목표 11척·지정 12척)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석유·휘발유 등 필수 에너지자원을 수송하는 유조선의 목표 대비 지정 척수는 2020년 이후 단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2020년 이후 목표척수는 12척이었지만, 실제 지정척수는 △2020년 6척 △2021년 6척 △2022년 6척으로 3년 연속 6척을 기록해 3년째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국가필수선박으로 지정되면, 외국인 선원의 승선이 6명 이내로 제한되기 때문에 선주의 인건비 문제가 발생해 임금 차액분에 대해 보상해주고 있다. 그러나 보상이 미미해 선주들의 기피현상이 나타나 해양수산부는 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재정당국에 지속적으로 국가필수선박 사업에 대한 예산 확충을 요청해왔다. 그럼에도 재정 당국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국가필수선박 목표 대수를 지난 3년간 모두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 위원장은 “국가 필수선박제도는 우리나라의 운명과 국민 생명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제도”라면서 “지원이 부족해 제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는 점은 철저히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유조선은 다른 선박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점에서 반드시 목표 척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희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