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중소기업, 이제는 생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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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돌파했다. 기준금리는 조만간 3%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원자재 가격은 30% 이상, 유가는 60% 이상 높아졌다. 중소기업 대출잔액은 올해 들어서만 100조원 이상 늘었으며, 중소제조업 재고율 역시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 노사의 생산성 향상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생산성은 투입 대비 산출을 의미한다. 정책 현장에서 이슈가 되는 노동생산성은 근로자 1인이 일정 기간 산출하는 부가가치로 정의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근로자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77%, 1인당 노동생산성은 88% 수준에 불과하다. 5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노동생산성은 대기업의 30.5%에 불과하며, 최근 10년 동안 그 격차가 커졌다. 대-중소기업 간 노동생산성 격차는 인적자원에 대한 투자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5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중소기업 근로자보다 60% 이상 많다.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근로자 1인당 복지비용은 두 배 이상, 1인당 교육훈련비는 여섯 배 이상 지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임금 수준은 청년과 고숙련 인력이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것을 기피하게 한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에서 중소벤처기업 취·창업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핵심 인력의 이직 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대-중소기업 간 근속기간 차이가 최근 10년 동안 커졌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은 필요 역량을 보유한 인력을 적시에 확보하지 못하면서 생산성과 임금 수준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고용을 줄이지 않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생산성을 향상하기 위해선 분모인 투입(비용)을 줄이거나 분자인 산출(부가가치)을 늘려야 한다. 비용 절감이 초기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일정 수준에 이르면 한계에 봉착할 공산이 크다. 특히 근로자 수를 줄이는 방식은 인력 규모가 충분하지 않은 중소기업에 적합하지 않다.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해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전사적 혁신 활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 상당수는 생산성 혁신에 대해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거나 회사 내부의 팀 또는 작업장 차원의 생산성 활동에 한정해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회사 규모와 관계없이 생산성 혁신 활동을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외부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작업환경 개선, 신시장 개척 등 경영활동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혁신이 일어야 한다.

셋째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은 노·사 공동으로 추진해야 한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55.4%가 생산성 혁신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조사 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생산성 향상이 회사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근로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야 한다. 이와 함께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과 성과 모두를 노·사가 함께한다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성과에 대한 보상 확대가 매우 중요하다.

'상생협력법'에서는 상생협력을 '이익을 서로 증진하기 위한 공동 활동'으로 정의한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이슈는 노·사·정이 상생협력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지원하기 위한 법제 정비와 추진체계 마련이 조속히 이뤄졌으면 한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msnoh@kos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