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스타트업]<15·끝>라덱셀, 암 치료 '게임 체인저' 도전

지난해 우리나라 암 사망자는 8만2688명. 암으로 인한 사망은 전체 사망 원인의 가장 많은 비중(26%)을 차지한다. 암을 극복하기 위한 치료 기술 개발에 많은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라덱셀은 '자기장·방사선 융합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도전하고 있는 곳이다.

김태순 라덱셀 대표는 “암 방사선 치료에서 주된 부작용은 종양 인접 정상조직 손상인데 자기장·방사선 융합 치료는 종양 인접 장기의 방사선량을 30% 감소시키는 것을 입증했다”면서 “기존 방사선 치료 대비 치료 부작용을 줄일 뿐만 아니라 추가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 암환자의 완치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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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병원에 개소한 라덱셀 R&D센터 방사선실험실 모습 (라덱셀 제공)

암 치료는 크게 외과적 수술, 항암 약물치료, 방사선 치료로 나뉜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현재 세기조절방사선치료로 패러다임이 넘어왔으며 양성자 치료, 중입자 치료 같은 입자 치료도 시작됐다.

전 세계 방사선치료기 98%를 차지하는 세기조절방사선치료는 치료 시스템 도입에 통상 70억원이, 양성자치료는 300억~1000억원 비용이 든다. 물리적인 한계에 도달한 두 기술에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중입자치료 도입에는 4000억원이 필요하다. 세계적으로 중입자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10여곳에 불과하며 치료비도 5000만원~1억원에 달한다.

방사선 치료 부작용과 후유증도 극복해야할 문제다. 방사선은 암세포는 물론 정상세포에도 변성을 일으킨다. 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에 비해 종양 주변 정상 조직 손상을 줄일 수 있게 됐지만 정상 조직이 종양에 매우 인접해있는 경우는 손상을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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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순 라덱셀 대표(맨 왼쪽)과 라덱셀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정누리현 강원대학교병원 방사선종양학과장(왼쪽 두번째) (라덱셀 제공)

라덱셀은 세계 최초로 저강도 자기장을 통해 방사선 경로를 변조해 종양 인접 정상조직의 방사선량 분포를 조절하는 '자기조절방사선치료(이하 MMRT)' 기술을 개발했다. 저강도 자기장을 이용해 전자의 방향과 분포를 조절해 암세포에는 집중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되 정상세포에 도달하는 에너지를 분산시켜 방사선 치료 부작용은 감소시키는 원리다. 기존 방사선치료기에 MMRT 모듈을 결합하기 때문에 도입 비용 부담을 크게 낮추면서도 높은 치료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가 되기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김 대표는 “전립선암의 경우 동물과 팬텀(인체모형)을 이용한 실험에서 전립선 인접 정상조직에 도달하는 방사선 양이 최대 33% 감소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향후 전립선암 외에 다양한 적응증에 대해 세기조절방사선치료, 양성자 및 중입자치료 등 최신 방사선치료와의 비교 연구로 MMRT의 치료 효과를 입증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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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학교병원에 구축된 라덱셀 R&D 센터 조감도. 회색 음영표시는 기존 방사선종약학과 치료시설이다. 방사선 융합치료 연구 전용 임상센터는 국내 최초다. 그동안 방사선치료 연구는 대부분 기존 환자 치료실에서 시행되어 환자 치료에 대한 영향을 피하기 위해 장의 활용도와 연구시간에 제약이 있었지만 이번 연구센터 설립으로 집중적으로 연구 개발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라덱셀 제공)

상용화를 위해서는 환자별로 다양한 해부학적 조건에 맞춰 자기장, 방사선 선량을 최적화하는 맞춤 치료계획 시스템이 필요하다.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 선량 최적화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착수했다. 개발을 마치고 인허가를 거쳐 상용화하는데 최대 2년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강원대병원에 R&D센터를 개소하며 임상 연구도 본격화 할 수 있게 됐다. 방사선 융합치료 연구 전용 임상센터가 구축된 것은 처음으로 장비 활용도와 연구 시간 제약 없이 연구와 임상이 가능해졌다.

김 대표는 “MMRT의 주요 적용 대상 암종은 전립선암, 자궁경부암, 간암, 췌장암으로 전체 방사선 치료 환자의 20~40%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향후 면역항암제와 병용 시너지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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