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벤처투자 혹한기 대응법

벤처·스타트업 업계와 벤처캐피털(VC) 사이에서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냉각됐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수년간 벤처 업계에는 정부 차원의 창업 독려로 투자 자금이 대거 몰렸다. 유동성이 풍부한 가운데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플랫폼 유망 기업이 속속 등장했다. 이들이 또 '유니콘'에 대거 이름을 올리면서 벤처시장을 뜨겁게 달궜다.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도 이른바 '제2벤처 붐' 확산 기대치가 높았다. 최근 상황은 전혀 딴판처럼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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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위기가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벤처·스타트업만 피해 갈 수는 없다. 벤처 생태계가 잘 유지되려면 '창업-투자-성과 확대-회수-재투자'의 사이클이 원활하게 돌아가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 급락에다 업계 전반의 긴축 기조 속에서 우선 자금 시장에 문제가 생겼다. 주식시장이 급락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열기도 시들해졌다. 엑시트 창구가 막히다 보니 벤처 투자 자금이 잘 순환하지 못한다. 투자자도 보수적으로 돌아섰다. 연기금 같은 대형 LP부터 엔젤투자자까지 조심성을 키우고 있다. 주요 대기업들은 경기침체 장기화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 확보 비중을 높이고 있다. 대기업 대형 투자도 지연되거나 보류되고 있다. 벤처기업 가운데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매출을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기업 긴축 기조는 벤처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

설상가상으로 민간 투자시장이 위축된 가운데 정부의 모태펀드 벤처투자 예산은 대폭 줄었다. 정부가 민간 벤처펀드 조성에 LP로 참여하는 모태펀드에 내년도 예산으로 3135억원이 배정됐다. 올해 5200억원에서 약 40% 줄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약 70% 급감한 수준이다. 모태펀드는 국내 스타트업의 투자 수요를 끌어낸 마중물 역할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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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업계에선 정부의 예산 축소가 벤처·스타트업계 투자시장의 혹한기를 가속시킨다며 불만이다. '벤처 붐'을 강조하던 정부가 스스로 불씨를 꺼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스타트업계는 앞으로 상당기간 침체에 놓일 공산이 크다. 투자 분위기의 급랭 속에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다. 생태계 참여자 모두 충실한 대비가 필요하다. 스타트업도 현재 수익성, 현금흐름을 잘 관리해야 한다. 투자 자금이 넘쳐나서 VC가 투자 대상 기업 확보에 열을 올리는 시기는 지났다. 적자구조 속에서도 투자 자금으로 사업을 키워 오던 벤처 가운데 돈줄이 마르며 폐업하는 일이 많아질 것이다. 초기 투자 유치 이후 후속 투자가 어려워진 기업, 상장해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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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고 모두 움추리고만 있자는 것은 아니다. 경제는 사이클에 따라 다시 상승기류를 탈 것이고, 그때 성과는 혹한기에 준비를 얼마나 충실히 했느냐가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격변기에는 영웅이 나온다. 혹한기에 스타트업은 경쟁자를 따돌리거나 시장점유율을 높여 갈 기회를 잡아야 한다. 불편함을 겪는 과정에서 기업 체질도 개선해 볼 수 있다. 벤처 투자자는 막연한 기대보다 더욱 정밀한 타격이 필요해 보인다. 침체기는 좋은 대상을 낮은 가격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도 분명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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