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등 곳곳 반대 시위
‘팔 부러뜨리는 법’ 검색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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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 사진=텔레그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예비군 대상 부분적 동원령을 내리자 국외 탈출 러시가 일어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동원령 발표 이후 모스크바에서 무비자로 갈 수 있는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 아르메니아 예레반,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아제르바이잔 바쿠 등 직항편이 매진됐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5개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4개국이 러시아 관광객 입국을 불허했기 때문에 육로를 통해 러시아를 빠져나가는 것도 힘들어졌다.

동시에 모스크바 등 러시아 곳곳에서는 동원령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러시아에서 전국적인 반전 시위가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전했다.

로이터 통신, BBC 등은 러시아 38개 도시에서 동원령 반대 시위가 벌어졌으며, 21일(현지시간) 저녁까지 최소 1311명이 체포됐다고 인권단체 OVD-인포를 인용해 보도했다.

체포된 이들은 대부분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나왔다. 모스크바에서는 시내 중심가에 모인 시위대가 "동원령 반대" 구호를 외쳤고,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소규모 그룹이 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는 장면이 목격됐다.

온라인에서는 시위 참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됐다. 현재 수감 중인 러시아 반체제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역시 변호인들을 통해 “이 범죄적인 전쟁이 더욱 악화, 심화하고 있으며 푸틴이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여기에 끌어들이려 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시민들에게 항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전 단체 '베스나'는 "이것은 우리의 아버지, 형제, 남편인 수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고기 분쇄기’에 끌려들어 갈 것임을 의미한다. 이제 전쟁은 모든 가정과 모든 가족에게 닥쳤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모스크바 검찰청은 시위에 참여하거나 시위에 합류하라고 촉구하는 이들이 최고 15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편에서는 자신의 팔을 부러뜨려서라도 징집을 피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구글과 러시아 검색 사이트 얀덱스에는 ‘팔 부러뜨리는 방법’ ‘징병을 피하는 방법’ 등 검색이 크게 늘었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드미트리 오레시킨은 "러시아 사람은 뇌물이나 출국 등 가능한 한 모든 방법을 통해 이번 동원령을 피할 것. 절박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이제 전쟁은 이들 집 안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입대를 피하기 위한 뇌물이 앞으로 훨씬 더 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위기감은 증시와 외환시장에도 반영됐다. 이날 러시아 증시 MOEX 지수는 한때 2,002.73으로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가 낙폭을 상당히 만회해 전날보다 3.8% 하락한 2,130.7로 마감됐다. 루블화의 환율은 한때 달러당 62.7975루블로 지난 7월 7일 이후 최고치(루블화 가치 최저)를 기록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모두 푸틴 대통령이 이날 오전 부분 동원령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그는 러시아의 주권과 영토 보호를 위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내렸는데, 구체적인 동원 대상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규모는 예비군 2500만 명 중 30만 명이 될 예정이다.

러시아에서 동원령이 내려진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동원령 발표 후 즉각 반발 움직임이 일자 러시아 중앙은행은 동원 대상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는 등 지원책을 내놨고, 국방부는 동원 대상에 대학생과 징집병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지만 시위는 계속해서 확산되고 있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