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정보통신기술(ICT) 도입을 통한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1951년 6·25 전쟁 와중에 설립돼 화폐 제조와 신분증 발급이라는 본원적 사업을 통해 우리 사회에 '신뢰'의 자본을 구축해왔다.
그동안 화폐와 여권 제조라는 두 축을 통해 지급 결제, 신원인증, 가치저장이라는 세 가지 가치를 창출해왔다.
최근 실물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전환하면서 이런 세 가지 가치의 중요성이 더욱 주목받을 것으로 보고 ICT 부문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조폐공사는 지난해 디지털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조직 정비에 나섰다. 하나의 부서 단위던 ICT 부문을 상임이사가 전담하는 체제로 격상시키면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임원을 영입했다. 또 블록체인 전문가, 프로그램 개발자 등 IT 경력자를 대거 채용하는 등 인력을 보강했다.
조폐공사가 육성 중인 ICT 부문 삼두마차는 모바일 지역사랑상품권 플랫폼 '착(chak)', 모바일 운전면허증, 전자서명 공통기반 사업 등이다.
특히 2019년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플랫폼 '착'은 ICT 부문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착'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행정 편의성도 높이고 있다. 지류형 카드형 모바일형 모두 사용 가능한 토털 솔루션으로 정보 소외 계층이 노인층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모바일 신분증도 조폐공사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축이다. 조폐공사는 실물 신분증이 디지털 신분증으로 교체될 것으로 예상하고 인프라를 정비해왔다. 이런 노력의 결과 지난해 3월 행정안전부로부터 모바일 신분증 및 전자서명 전문기관으로 지정됐다.
올해 1월부터 서울, 대전을 중심으로 모바일 운전면허증 시범사업에 착수했고, 시범사업을 거쳐 7월부터 전국 서비스를 개시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신원증명(DID) 기술을 적용해 온·오프라인에서 자기 주권형 신원확인(Self-Sovereign Identity)을 확보할 수 있어 국민 생활에 일대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서명 공통기반사업도 조폐공사가 역점을 기울이고 있는 부문이다. 전자서명 공통기반 사업은 알기 쉽게 '간편 인증'이다. 국민 불편을 초래했던 공인인증서 제도가 폐지되고 간편 인증이 도입되면서 네이버, 카카오 등 민간인증서를 연계시켜 국민에게 간편 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디지털 전환의 성공 여부가 블록체인 기술 확보에 달려 있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공공정보의 진본성을 입증하는 핵심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실물 경제를 뒷받침했던 위·변조 방지기술을 디지털 부문에서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조폐공사는 최근 관심이 쏠리고 있는 NFT의 진본성 확인 및 저작권 침해 이슈를 해소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NFT의 진본성과 저작권을 검증하고, 검증정보를 NFT 시장에 제공,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해 디지털자산 선순환 생태계를 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장식 조폐공사 사장은 “오프라인에서 축적한 위·변조 방지기술을 디지털 부문으로 확장 적용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 확보가 관건”이라며 “디지털 진본성 검증 및 확인은 핵심 역량으로 연구소 대학들과 생태계 구축을 강화해 블록체인 기술을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전=양승민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