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다음 달 개최하는 삼성개발자콘퍼런스(SDC)에서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Matter)'를 지원하는 TV와 냉장고를 처음 공개한다. 대형 가전 중 매터를 지원하는 세계 첫 사례다. 삼성전자는 10월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SDC 2022' 행사를 개최한다.
2013년 처음 열린 SDC는 삼성전자 소프트웨어(SW) 비전과 방향을 공유하는 개발자 행사다. 2015년을 제외하고 매년 열리다 코로나19 유행 첫 해인 2020년에는 전면 취소됐다. 지난해는 출범 후 처음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올해 오프라인으로는 3년 만에 열리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행사에서 원 UI5, 빅스비, 타이젠, 삼성 월렛 등 최신 플랫폼 현황과 계획을 공유할 예정이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 '매터' 대응 현황이다. 삼성전자는 2022년형 네오QLED TV와 패밀리허브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 등 '사물인터넷(IoT) 허브' 기능을 탑재한 가전에 매터 지원까지 완료, 개발자에게 적용 과정과 성과를 공유할 것으로 보인다.
매터는 구글, 아마존, 애플,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홈 기업이 주도해 만드는 홈 IoT 통신 표준이다. 삼성전자도 개발 초기부터 합류해 임원사로 주도적인 활약을 하고 있다. 첫 결실인 '매터 1.0' 버전이 이달 말 공개됨에 따라 삼성전자도 10월 SDC에서 공개를 목표로 연초부터 기술 검토에 들어갔다.
삼성전자가 TV, 냉장고 등 대형가전을 대상으로 매터 지원에 성공하면 세계 최초가 된다. 종전까지 스마트 전구, 스마트 스위치 등 비교적 기능이 간편한 기기를 중심으로 표준 논의가 활발했다. 대형 가전은 기능이 복잡한데다 자사 플랫폼 안에서만 작동하길 원하는 기업 전략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은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에서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 아마존을 겨냥해서다. 이들이 갖지 못한 가전 지배력을 무기로, TV나 냉장고를 IoT 허브로 삼아 수많은 기기와 연동하면서 타사 고객까지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전 하드웨어 스펙을 넘어 글로벌 표준에 기반한 연결성을 경쟁도구로 삼겠다는 메시지도 들어있다. 다양한 IoT 기기를 삼성 가전 허브와 연동하고, 연결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미래시장 성공 요소로 본 것이다. 이를 위해 개발자 간 협업 생태계 조성이 중요하다는 점도 SDC에서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 초부터 TV,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를 대상으로 매터 적용을 시도해 왔던 만큼 SDC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공유할 예정”이라면서 “행사 전까지 매터 인증 획득도 시도해 표준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