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주가 상장 후 -70% 폭락…영욕의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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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영욕의 1년이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8월 주식시장 데뷔와 동시에 은행주 대장주에 등극하면서 영예를 누렸지만 이후 주가가 고점 대비 70% 이상 폭락하는 아픔을 겪었다.

지난 2일 카뱅 주식 종가는 2만5850원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종가 기준 최고점인 지난해 8월 19일 9만2000원에 비하면 약 72%나 하락했다.

상장 초반 분위기는 좋았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2021년 8월 6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로 시작해 상한가 기록)에는 실패했지만 공모가 3만9000원 대비 178.9%나 주가가 뛰어오르며 당시 KB금융지주, 신한지주보다 높은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절정에 이를 땐 시총 순위 톱 10에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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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기쁨도 잠시,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져 이제는 공모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에 이르렀다.

주가 폭락 배경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하락장과 성장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꺾인 점이 있지만 잇따르는 블록딜과 오버행(잠재적 대기 물량) 우려,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스톡옵션 처분, 전통 은행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수익 구조, 카카오톡 송금 금지 이슈까지 악재에 악재가 쌓이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졌다.

우선 주요 주주들이 카뱅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 상장 직후인 지난해 9월 우정사업본부가 1조원 규모 주식을 블록딜했고, 지난달에도 KB국민은행이 카뱅 주식 1476만주를 주당 2만8704원에 블록딜 매각했다. 시장에선 주요 주주들이 회사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보내고 있다.

새로운 경쟁자 등장도 카뱅 주가 하락을 부추겼다. 지난해 10월 5일 토스뱅크 공식 출범일에 카뱅 주가는 하루 새 8.4% 하락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카뱅, 토스뱅크뿐 아니라 케이뱅크까지 3개사가 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해 주식을 팔아치운 것도 카뱅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12월 벌어진 이 '먹튀' 사건으로 카뱅은 1개월 넘게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또 상장 직후 임원 5명이 주식을 대량 매도한 사실도 뒤늦게 드러나면서 후폭풍을 맞았다.

카뱅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 포인트로 강조했던 수익 다각화도 공허한 메아리로 치부되고 있다. 카뱅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번 영업수익 중 플랫폼 수수료 수익은 5.8%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기존 은행처럼 이자수익 등으로 벌었다.

최근엔 전자금융업법이 개정되면 카카오톡 송금과 유사한 청소년 대상 금융서비스 '카카오 미니'가 금지될 수 있다는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은행주 평가 기준으로 삼는 주가순자산배율(PBR)도 곤두박칠쳤다. PBR는 주가 대비 순자산가치로 숫자가 클수록 고평가임을 뜻한다. 상장 당시 인정받은 카뱅 PBR는 3.7배였는데 현재는 2.5배 수준까지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카뱅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계속 언급하고 있다. 주가가 70% 이상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고평가돼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산분리 완화가 진행되면서 신규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면 투자 매력이 제고될 수 있지만 아직 예정된 바는 없다”며 투자 판단을 유보했다.

[표]카카오뱅크 주가 추이

카카오뱅크 주가 상장 후 -70% 폭락…영욕의 1년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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