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마치면 곧바로 해변에서 스노클링을 즐긴다.' '자녀 방학을 맞아 한달 동안 가족들과 유럽 전역 미술관을 방문한다.'
마이리얼트립은 이처럼 상상하기 힘든 업무 문화를 현실로 바꾸려는 여행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부터 근무 장소에 대한 제한을 없앴다. 마이리얼트립 임직원은 회사가 정한 특정 시간에 소통만 된다면 국내·외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실제로 일부 직원은 8월 하와이에서 업무를 봤다. 이동건 마이트립 대표 역시 최근 제주도에서 3주간 지내며 업무를 봤다. 일과 휴가 경계를 없앤 '워케이션(Work+Vacation)'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자사에 워케이션을 본격 적용하기 앞서, 상반기 스타트업부터 중견기업, 대기업까지 4곳과 협약을 맺고 워케이션 상품을 제공했다. 고객사 요청에 맞춰 직원들이 해외에서 업무와 휴가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짜주는 기업대기업(B2B) 비즈니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는 “대부분 기업은 아직 복지차원에서 워케이션에 접근하고 있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물리적 근무 공간을 벗어나려는 움직임은 일반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사무직 등 꼭 회사로 출근할 필요가 없는 직종에서 이 같은 경향이 더 빨라질 것이란 예상이다.
2012년 창업한 마이리얼트립은 여행상품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항공권과 숙박부터 현지 가이드가 제공하는 특화 프로그램까지 상품이 다양하다. 회사는 여행자가 취향과 목적지에 맞춰 스스로 여행을 설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내세워 코로나 직전까지 고속 성장했다. 코로나 직후 여행수요가 급감하며 위기를 맞는 듯 했지만 곧 판을 새로 짜기 시작했다. 재택근무 경험자가 크게 늘어나고 기업 인식이 바뀐 것을 기회로 삼았다.
이 대표는 “코로나 유행 전에는, 저 조차도 재택근무가 잘 유지 될까 의구심을 가졌다”면서 “팬데믹은 (저를 비롯한) 기업 경영진들이 재택근무가 생산효율에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것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꼭 회사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은 비가역적 흐름”이라고 역설했다. 젊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 여부가 회사를 고르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앞으로 재택근무가 워케이션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회사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개념이 “어디서든 일해도 된다”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여기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 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한국 직장인 여행은 15일이 최대”라면서 “마이리얼트립을 운영하며 여행 서비스로서 한계를 느낀 것이 '아무리 잘 만들어도 365일 중에 15일 밖에 안 쓴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원격근무 수요가 늘어나면 마이리얼트립 쓰임새도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마이리얼트립은 워케이션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올 상반기 제주도를 근거로 한 워케이션 스타트업 '오피스'에 투자하는 등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하반기 회사 안에서 쌓은 워케이션 경험으로 기업의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비즈니스 확장은 물론 기업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