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메타버스는 게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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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교수

최근 메타버스를 게임물로 보고 게임법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가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법은 사행성을 이유로 게임 아이템의 현금화를 금하고 있다. 게임법상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해서 오락을 할 수 있게 하거나 이에 부수하여 여가 선용, 학습 및 운동효과 등을 높일 수 있도록 제작된 영상물 또는 그 영상물의 이용을 주된 목적으로 제작된 기기 및 장치'로 크게 규정되어 있어 메타버스가 여기에 해당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게임물과 게임물이 아닌 것이 혼재되어 있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고시로 게임물에서 제외할 수 있기 때문에 칼자루는 문체부가 쥐고 있는 상황이다. 만일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분류된다면 메타버스 상의 아이템 거래가 어려워지고, 신산업 성장 동력 확보 자체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과연 메타버스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로블록스, 제페토, 이프랜드, 컴투버스로 잘 알려진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합쳐진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verse)의 합성어다. 일종의 3D 가상세계로, 현실 세계가 가상공간과 결합해서 마치 현실이 가상공간으로 확장된 것을 의미한다.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 화상회의, 원격수업, 모바일 쇼핑 등 온라인을 통한 활동이 많아지면서 메타버스는 크게 성장했다. 특히 PC·스마트폰과 함께 자라난 디지털 세대 사용자들이 본인의 페르소나를 아바타 형태로 표현하고, 아바타를 통해 친구를 만나서 놀고 쇼핑도 하고 돈도 버는 등 메타버스를 생활의 터전으로 인식하고 있다.

메타버스는 서비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5C로 불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메타버스는 세계관(Canon) 사상이 담겨 있어서 시공간은 설계자와 참여자들에 의해 채워지고 확장하며, 사용자들이 창작자(Creator)가 되어 콘텐츠 창작을 하고, 생산 및 소비활동을 하면서 디지털 통화(Currency)를 가지고 가치를 저장·교환한다. 또한 메타버스는 단발적이거나 일회성 체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일상의 연장(Continuity)으로써 서로 다른 시공간, 사람과 사람, 현실과 가상을 연결(Connectivity)한다.

세계적인 연구기관에서도 이 메타버스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4년 약 923조원으로의 성장을 전망했다.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은 메타버스의 잠재력과 산업적·사회적 파급력에 주목해서 적극적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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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의 기회(출처: Lee, L. H., Braud, T., Zhou, P., Wang, L., Xu, D., Lin, Z., ... & Hui, P. (2021). All one needs to know about metaverse: A complete survey on technological singularity, virtual ecosystem, and research agenda. arXiv preprint arXiv:2110.05352.)

실제로 메타버스의 분류체계를 분석해 보면 초반에는 기초기술이 되는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3D 모델링, 블록체인, AI, 클라우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 기술적 분류가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콘텐츠 제작 및 공급업, 콘텐츠 판매뿐만 아니라 보건·제조·공공·교육·유통·금융 등 산업별 애플리케이션이 무궁무진하다.

무엇보다 메타버스는 소비 중심에서 생산과 소비 양면이 존재하는 경제 활동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는 메타버스 스토어 내에 공간 구축이나 아이템 디자인을 통해 판매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또한 아이템이 결제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도 메타버스의 주요 수익모델 가운데 하나다. 그리고 아바타 디자이너, VR 건축가 등 새로운 노동 시장이 형성되며 개인의 수익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강형구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30년 국내 메타버스 산업연관효과는 310조~50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분류 기준으로 메타버스 영향이 큰 산업은 전문,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업, 정보통신업 등이다. 운수업, 숙박 및 음식점업, 사업지원 서비스업, 부동산업, 기타 제조업, 금융 및 보험업 등에도 영향을 미쳐서 전체 산업연관효과의 총고용 유발을 추정하면 약 215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대규모 경제적 가치를 시현하기 위해서는 이에 적합한 제도적·기술적 적응은 물론 많은 디지털 인력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만일 메타버스가 게임으로 분류된다면 게임물등급위원회의 등급심사 규제에 적용될 것이다. 게임물등급심사는 2004년 아케이드게임 '바다이야기' 사태로 심각한 중독성과 도박 등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생긴 규제다. 메타버스 내에서 사용자들이 만드는 게임에 대해 사전적으로 등급심사 규제가 적용된다면 심사비용과 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수많은 사용자가 만드는 게임에 대해 일일이 등급심사를 한다면 서비스가 제한되고, 메타버스의 디지털 생태계는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다.

메타버스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 메타버스 내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판매하고, 결제가 이루어지고, 광고를 하는 등 각자의 역할을 하는 다양한 경제 주체가 등장해야 한다. 이는 마치 유튜브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유튜버 뒤에서 PD·편집자·홍보·마케팅·통역가가 제작을 지원하고, 광고주·대행사 등이 유기적으로 비즈니스가 이뤄지도록 하는 전문적 체계 구축과 같은 것이다. 메타버스 산업은 이제 막 태동하는 단계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상태에 불과하다. 정부는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 방향 연구를 통해 규제 적용에 신중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벤처창업학회 회장 smjeon@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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