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은 어떤 기능을 수행하도록 협동해나가는 체계를 말한다. 한자로도 짤 조(組)·짤 직(織), 짜서 이룸, 얽어서 만든다는 내용이다. 과거 인간은 가족집단으로 사회를 형성했다가 부족단계를 거쳐 국가단계에서 연합국가체제로 발전했다. 지금은 국가단계를 기본으로 국가의 정치경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연합체를 만들고 있다. 기본단위인 국가는 업무의 체계적이고 능률적 수행을 위해 조직을 구성한다.
우리나라는 '정부조직법'에 따라 국가행정기관의 설치·조직과 직무범위의 대강을 정한다. 매번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정권이 출범하면 조직 개편이 이뤄진다. 하지만 정권 출범과 동시에 정부 조직 개편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이명박 정부 출범 때는 통일부와 여성가족부 폐지로 시끄러웠다. 두 부처 폐지를 철회하면서 결국 정권 출범 사흘 전에 정부조직법이 개정됐다. 박근혜 정부도 통상 기능을 외교부에서 지식경제부(이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전하는 문제로 정권 출범 25일 만에 개정됐다. 인수위원회가 없었던 문재인 정부는 임기 시작 71일 만에 완료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10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정부조직 개편 이야기는 없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를 보면 유연하고 효율적 정부체계 구축이 목표다.
과거 2차, 3차 산업혁명은 단일 산업에 기반하지만 4차 산업혁명은 융복합 기술산업이 주도하는 현실 속에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유연하고 효율적 정부체계 구축은 환영받을 만하다. 더불어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연구개발(R&D) 사업도 대부분 다부처 사업으로 사업단을 구성해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은 2021년 발족해 7년간 8320억원 정부지원금을 지원받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4개 부처 및 부처별 4개 R&D 전문기관의 관리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 개발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2개 기관, 국가 신약 개발사업단은 보건복지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 등 3개 기관, 재생의료 기술개발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 등 2개 기관, 전주기 의료기기 연구개발 사업단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4개 기관 감독하에 추진되고 있다.
이렇듯 각 부처 업무를 조정·융합하고 새로운 산업 육성을 위해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사업단을 설립·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단 구성이나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자율주행기술 경우도 4개 부처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 등 관련 부서가 복잡하게 존재하고 기관 간 의견조정이 어려운 경우 민간기관인 사업단이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다. 4차 산업혁명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기업 간 협업하고 조정하고 결정할 수 있는 단일 컨트롤타워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기술 중 통신방식으로 갈등을 빚었다. 국토교통부는 와이파이를 기반으로 하는 웨이브(WAVE) 방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속도와 커버리지 등에 유리한 LTE와 5G(C-V2X)를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기획재정부 요구로 실증사업을 추진, 오는 10월 결과를 발표하는 것으로 두 부처가 합의하면서 일단락됐다.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는 2030년 6565억달러(약 875조)로 2020년 대비 약 93배 성장할 전망이다. 자율주행 리더그룹인 구글 웨이모는 자율주행 누적 주행거리가 3200만㎞에 달하고 있다. 중국 바이두도 2100만㎞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업체 전체 누적 주행거리가 250만㎞로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주요 자동차산업 강국들은 자동차 R&D 예산을 독일 59조원, 일본 33조원, 미국 30조원 등 큰 폭으로 늘렸다. 우리나라는 8조원 수준이다.
우리나라 자율주행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기술국인 미국 대비 85.4%, 기술 격차가 1.4년으로 아직 경쟁할 만하다. 세계 3대 자율주행기술 강국 진입을 목표로 대한민국 이름 아래 단일대오로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의 자율주행기술 단일 컨트롤타워를 기대해 본다.
정광복 자율주행기술개발혁신사업단 사무국장 traffic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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