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연은 한우 숙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빅데이터·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낮은 등급의 한우를 숙성해 1++급 맛을 내게 돕는다. 언뜻 고기 숙성과 세상의 변화는 무관해 보이지만 사육과 소비를 환경친화적으로 바꾼다.
국내 한우는 고급화를 위해 다른 나라에 비해 사육 기간이 10개월 정도 길다. 1++ 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져서다. 당연히 기간만큼 사료비, 관리비가 늘어난다. 또 환경 측면에서 장기 사육에 따른 분뇨와 온실가스 발생량 증가 등 부작용도 발생한다. 정부는 이에 소 적정 사육 기간을 현재 30개월에서 최대 24개월까지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한우 농가가 이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우용성 한우연 대표는 “사육 기간을 단축하면 1++ 한우가 나올 확률이 35%에서 17%로 줄어 한우농가 반대가 심하다”면서 “한우연 숙성 솔루션은 낮은 등급 한우와 비선호 부위도 1++급 맛을 내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는 것일까. 먼저 한우연은 숙성 시 한우 성분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생물학적 방식으로 접근한 대형 유통사와 달리, 소비자의 피드백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호도가 높은 맛을 찾아냈다. 부드러움 정도, 맛과 향에 따라 연령대별로 차이를 보인다.
한우연은 소비자군을 70·80대, 20·30대, 어린이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노인층과 10대가 느끼는 부드러움은 다를 수 있다. 이렇게 알아낸 소비자군별 선호 맛을 AI로 숙성할 때 구현할 수 있는 원물(한우)을 선별했다.
우 대표는 “목적에 맞는 AI 모델링을 위한 빅데이터 맞춤 설계 기술을 숙성 솔루션 개발에 적용했다”면서 “AI 기술을 통해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운영하고 있는 한우 오마카세 매장에서 손님 피드백을 받으면 우리가 가진 데이터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덧붙였다.
한우연 숙성 솔루션이 확산하면 축산 농가 온실가스 감축과 비용 절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사육 기간을 3개월 단축하면 한우 한 마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10.4% 줄어든다. 6개월로 줄이면 사료비는 100만원이 절감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25%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우연은 향후 스마트 팩토리를 세워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위한 정육 로봇도 개발 중이다.
우용성 한우연 대표는 “24개월 한우를 판매·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한우농가를 지원하겠다”며 “24개월 사육 농가가 늘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